유럽연합(EU)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발표된 뒤 영국이 대혼란에 빠졌다. 테리사 메이 총리(사진)가 EU 측과 20여 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마련한 초안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내각에서도 벼랑 끝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대파들은 EU 내에서 투표권도 없는데 브렉시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소 2020년까지 관세동맹에 잔류해 EU 규정에 따라야 하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 브렉시트 의미가 퇴색될 뿐 아니라 국가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메이 총리 불신임 투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는 25일 특별 정상회담을 열고 영국과 27개 회원국이 협정에 공식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영국 내부 갈등으로 브렉시트가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 14일 EU와 마련한 브렉시트 협상안 초안을 두고 5시간 마라톤 회의를 거친 끝에 ‘공동 결정’으로 내각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약 30명으로 구성된 내각 구성원 가운데 11명가량이 초안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강행된 데 대한 부작용은 즉각 나타났다. 메이 총리의 성명 발표 다음날 5명의 각료가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한 도미닉 라브 브렉시트 담당 장관마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15일 사임했다. 라브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협상안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 양심상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이 EU 동의 없이는 관세동맹에서 나갈 수 없도록 한 ‘안전장치(백스톱)’ 합의도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남은 각료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집권 보수당의 EU 탈퇴파 의원들은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서한을 제출했다. 이들은 협상안에서 정한 2020년까지 관세동맹에 잔류해 브렉시트 효력을 유예하는 전환 기간이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는 점,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사실상 EU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315명의 소속 의원 중 15%인 48명이 서한을 제출하면 불신임 투표가 열린다. BBC는 아직 48명이 채워지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만일 재신임 투표가 열리고 과반수가 불신임 표를 던지면 메이 총리는 당대표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