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 닫았다고 생각해 인적 드문 곳에 유기.."구호 가능성 박탈"



사람을 차로 친 뒤 병원에 데려가던 중 길가에 내려놓아 사망하게 한 4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유기 도주 치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46)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4월 새벽 경기도에서 포터 차량을 운전해 가다가 무단횡단을 하는 A(63)씨를 들이받았다. A씨는 이 사고로 양쪽 갈비뼈와 척추가 부러졌다.

박씨는 A씨를 차량 조수석에 태워 인근 병원에 갔지만, 병원이 문을 닫았다고 생각해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중에 마음을 바꿔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A씨를 인적이 드문 어느 비닐하우스 앞에 내려놓고 도주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A씨는 과다 출혈로 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즉시 경찰서·119에 신고하거나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갔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인적이 드문 곳에 유기해 구호 가능성을 사실상 박탈했다"며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다른 병원으로 향하던 중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범행을 반성하는 데다 유족이 추가 합의금을 받고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