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제 석유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생산량 조절을 통해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왔으나 최근 국제유가 급락 과정에서는 OPEC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미국 등 3개국이 개별적으로 압도적인 양의 석유를 뽑아 올렸기 때문인데, 상황을 살펴보면 이들 국가 정상들의 의지가 유가를 결정하는 시대가 오는 것으로 관측된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러시아, 사우디가 하루에 생산하는 원유,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액화천연가스는 4천만 배럴 정도로 OPEC 15개 회원국의 생산량을 추월했다. 국제유가가 지난달 초보다 20% 이상 급락한 배경에 이들 3개국의 석유 정책이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 러시아, 사우디가 올해 기록적으로 산출량을 늘린 까닭에 석유 시장은 현재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OPEC과 제휴 산유국들이 2017년부터 유지해온 증산억제책을 올해 6월 주도적으로 완화했다. 미국의 대이란제재 복원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록적으로 생산량을 늘렸다. 때마침 미국에서도 셰일 석유 생산량이 예상외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란의 공급 부족을 메워 국제유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은 실패했다. 미국이 이달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재하면서 8개국에 수입면제를 적용해 애초 예상보다 많은 원유가 풀리도록 했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치들이 나오면서 원유 수요량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시장의 분위기는 공급감소를 크게 우려하던 상황에서 공급량 과잉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급반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석유 보유량은 작년 초부터 줄다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이들 선진국의 10월 석유 보유량 집계는 마무리되면 최근 5년 평균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