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박 2일 필리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댐 건설 전문 거저우바(葛洲壩) 그룹이 20억 달러(2조2500여 억원)를 클라크 공업단지 조성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판이 19일 보도했다. FT는 클라크 프로젝트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친중탈미 정책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라고 지적했다. 마닐라에서 북서부로 64㎞ 떨어진 클라크 일대를 대규모 경제특구 및 자유항구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는 두테르테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총액 1800억 달러 규모의 ‘빌드빌드빌드’ 인프라 건설 계획의 핵심이다. 1991년 미군이 철수한 공군기지를 중국 자본이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의 역학 구도를 흔들고 있다. 






비센시오디존 필리핀 기지전환청장은 “이번 주 중국 거저우바 그룹과 500만㎡ 부지를 중국의 과학기술(IT) 및 제조업 기업을 위해 개발하는 프로젝트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존 청장은 “클라크는 중국의 필리핀 최대 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기업들이 입주하면 수천 단위의 취업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저우바 그룹의 뤼쩌샹(呂澤翔) 총경리도 중국 인터넷 매체 관찰자망에 “필리핀의 공업단지·도로·철로 등 경제 건설과 투자에 참여해 필리핀 경제발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클라크 기지 재개발은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중국 국가 주석의 필리핀 국빈 방문에 맞춰 성사됐다. 




이번 프로젝트 성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탈미 정책의 소산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 국제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 승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변도 외교를 펼쳐왔다. 취임 첫해 10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미국에 작별을 말할 시간”이라며 150억 달러 규모의 철도·항구 건설 협의를 이뤄냈다. 올 상반기 중국의 필리핀 투자 총액은 1억8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필리핀 내부의 우려도 나온다. 제이 바통바칼 필리핀대 법학과 교수는 “이들 협약이 중국이 필리핀에 거대한 경제·정치 영향력을 갖게 할 것”이라며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독자적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