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영도 이하가 되면 물은 얼음이 되고, 반대로 이상이 되면 얼음은 물이 됩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높이 1.5km 정도를 기준으로 그 이상의 높이에서는 영상의 기온을 보이고 있고, 
지표 부근(높이 1.5km이하)은 영하의 기온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이죠.

이 때 비구름이 지나가면서 비나 눈을 뿌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1.5km 높이까지는 빗방울을 유지하다가 1.5km 이하부터는 얼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물이 어는 데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빗방울은 중력에 의해서 빠른 속도로 낙하하고 있구요.
물이 어는데 성공한다면 얼음의 형태로 떨어지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물이 미처 다 얼어붙지 못하고 빗방울의 모습을 유지한 채로 지표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의 비를 어는 비(freezing rain)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비와 어는 비는 구별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지표나 나무 혹은 자동차, 도로 그 무엇이든 닿자마자 급속도로 얼음이 되어버리거든요.


어는 비의 빗방울들은 일종의 과냉각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빗방울에 의해서 형성된 얼음들은 투명하거든요

얼핏보면 고드름처럼 생겼지만, 순식간에 형성된다는 점에서 고드름과 다릅니다.
그리고 어는 비가 도로에 내린다면 운전자는 도로 위에 얼음이 있다는 걸 알기가 힘들겠죠.


이를 블랙아이스(black ice)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직접 긁어보지 않고서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빨리 달리고 있다면 더더욱이나 알기가 힘들겠죠. 2012년 12월에 걸그룹 시크릿이 겪은 교통사고도 이 블랙아이스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잘 생기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한 해에 4~5번 정도 발생하는 정도니까요.
생성조건도 복잡하거든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조건은 지표 부근의 공기가 영하일 경우와 새벽6~8시 사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조건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어는 비가 아닌데 일부 구간에서만 블랙아이스가 형성됩니다.

일반적인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구조물들에서만 얼음이 형성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터널이나 교각이 얼음을 잘 발생시키는 어떤 구조물들입니다.

실제로 같은 시각, 같은 조건에서 일반 도로면과 교각의 온도차이를 재보면 항상 교각에서의 온도가 더 낮게 나옵니다.


도로표면 온도가 영상1~3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터널이나 교각은 영하 2~5도 정도로 내려가 있다는거죠.
그래서 자동차 외기온도센서에 영상2도라고 표시가 되어 있더라도 터널이나 교각 진입시에는 조심해야 하는거죠.
더군다나 12월의 새벽 6~8시는 일출 직전이거나 직후이기 때문에 더욱더 노면의 상태가 운전자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위와 같은 이유로 터널과 교각이 많고 내륙에 위치한 계곡형 지형이라는 조건이 딱 맞아 떨어지는 고속도로에서 어는 비에 의한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원~상주간 고속도로와 중부내륙 고속도로에서 어는 비에 의한 교통사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죠.
08년도 12월 8일 청원~상주간 고속도로에서 새벽 7시쯤 일어난 29중 추돌사고,
09년 1월 18일 오전 7시 청원~상주간 고속도로와 중부내륙 고속도로에서 5~20중 추돌사고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어는 비는 거의 대부분 12월에 집중됩니다.
왜냐면 11월은 지표의 공기가 영하로 떨어지기에는 조금 이르고,
1월은 이미 대기층 전체가 영하권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는 비가 생기기 전에 눈이나 얼음싸라기의 형태로 내리게 되거든요.

하지만 어는 비는 내리는 조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영상 1~2도 혹은 영하의 기온을 보이는 날에 비가 내리는 경우만 조심하셔도 위험은 크게 줄어들을 겁니다.
특히나 보험회사가 이 부분을 가지고 보험처리를 거부하는 경우가 꽤 있는지 작년까지만 해도 어는비에 의한 사고로 보험사와의 분쟁이 일어나서 기상감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기상현상으로 인한 손해발생 시 법적으로 기상감정이 필요한 경우가 꽤 많거든요.)
겨울철 비 내릴 때는 꼭 운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