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사장의 임명은 관리·감독 체계 약화를 불렀다고 철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오영식 사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제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력 정치인이다. 오 사장은 사석에서 주무부처 국토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함을 과시해왔다. 오 사장과 김 장관은 함께 학생운동을 했고, 야당 생활을 같이한 동지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오 사장이 현안과 관련해 장관과 직접 전화로 대화하는 상황에서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국토부 철도국이 코레일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섣불리 올리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국토부 철도국의 한 직원은 “코레일이 이전보다 힘이 세져 각종 자료를 요청해도 차일피일 미루거나 주지 않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국가 철도 운영을 총괄하는 코레일 사장은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대표적인 자리다. 2대 이철 사장은 국회의원 출신이고, 4대 허준영 사장은 경찰청장 출신이다. 5대 정창영 사장은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공무원 출신이다.






낙하산 사장은 전문성 없는 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히며 문제를 키웠다. 바른미래당이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발표한 ‘문재인 정부 산하기관 캠코더 인사’에 따르면 코레일 본사 및 계열사 6곳에서 현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임원 37명 중 13명이 친정부 이력이 있다. 또 철도 분야와 관련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비(非)전문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본사의 김정근 비상임이사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노동특보를 지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국장 출신으로 친노동계 성향 인사다. 이충남 비상임이사는 대선캠프에서 부동산정책특별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철도관리 및 시설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산하 공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코레일유통에서는 이덕형·연성대 이사가 철도·유통 분야와 무관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임원 출신이다. 강귀섭 코레일네트웍스 대표는 정세균 의원실 보좌관과 경기 부평구청장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철도설비 유지관리업체 코레일테크의 백기태 비상임이사는 도료업체 PPG-SSC의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울산시당 선거대책본부 노동본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