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의 네 배에 달하는 비대한 규모, 노후장비와 시대와 동떨어진 교육으로 비판을 받아온 예비군에 대해 정부는 줄곧 절반 수준(150만 명)으로 감축, 훈련 기간 5년으로 단축, 물자확보를 통한 정예화 등을 약속해왔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전무하다. 실제 예비군 규모는 ‘국방개혁 2020’이 발표된 2005년 300만 명에서 올해 기준 275만 명으로 13년 동안 25만여 명이 줄었지만 이는 입대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인위적인 조정은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결과이다. 이 병력을 유지, 관리하는데 드는 예산은 1,325억 원(2018년)에 이른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이들이 체감하는 예비군 실태는 참담한 수준이다.






동원예비군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동원예비군의 개인화기 역시 M계열이 K계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지역예비군과 다르게 전시 야전에 투입되는 동원예비군임에도 대부분이 현역 때 사용한 적 없는 노후장비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동원예비군의 개인화기 종류별 보유량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에 문의했지만 국방부는 관련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그나마 개인화기는 예비군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재 숙달이 가능하지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포는 사정이 다르다. 현역 때 주로 K-9이나 K-55 등 자주포를 다뤘던 동원예비군은 전역 후 차량으로 끌고 다니는 수 십 년 된 견인포로 훈련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연천군 동원훈련에 참여한 이모(24)씨는 “현역 때 사용하던 자주포는 좌표를 입력하면 포탄이 알아서 타깃까지 날아갔는데, 동원훈련에서 쓴 견인포는 사용방식이 완전히 달랐다”라며 “포 사격 체계가 완전히 다른데 이를 2박 3일 동안의 동원훈련으로 숙달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다수 지역예비군용 개인화기와 장비류는 전체 병력 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사 30기로 예비역 준장인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방부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이 보유한 지역예비군용 개인화기와 단독군장 장비류(방탄헬멧, 요대, 수통, 우의 등)는 88만2,000여점이다. 전체 지역예비군 145만여명에 비해 개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국방부는 “지역예비군은 지역방위작전을 펼치는 인원과 생업활동에 종사하는 인원이 교대로 작전에 투입되는 시스템”이라며 “이때 지역방위작전에 소요되는 인원을 88만2,000명으로 잡고 이 인원에게만 개인화기와 장비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세영 건양대 군사경찰대 학장은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인력 교대 때마다 총기 영점사격을 다시 하고, 개인 수통도 없이 전쟁에 임하라는 소리”라며 “장비의 기능점검, 숙달훈련, 위생관리 등 모든 면에서 장비공유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특성상 유사시엔 좁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시 전원투입을 염두에 두고 1인 1화기, 1인 1장비를 보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안보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경기 남양주시 금곡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 받은 석훈철(30)씨는 “현역시절 안보교육에서 봤던 내용과 대동소이한 자료를 10년째 반복해 보여주고 있었다”라며 “내용도 내용이지만, 강사는 파워포인트 자료에 적힌 내용을 그냥 읽어주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송인재씨도 “’베트남이 왜 무너졌는가’라는 내용은 현역병 때부터 매년 들어와 이젠 통째로 외울 지경”이라며 “최근 동북아 정세를 곁들이는 등 안보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업데이트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부적절하거나 엉뚱한 내용을 교육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경남 거창군 훈련장에서 진행된 예비군 훈련에서는 예비역 장교 출신 지휘관이 ‘예비군 동원 절차’ 교육 도중 “환단고기(桓檀古記ㆍ일제강점기에 간행된 한국 상고사 역사책)를 읽어보라”거나 “5ㆍ18 민주화 운동과 (2016년)광화문 촛불집회 등이 발생하면 예비군 동원령 선포가 가능하다”는 등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육군본부는 “해당 사안은 개인적인 문제로 확인되었고 해당 인원도 본인의 과실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