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를 향해 쿠르드를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폭 20마일 안전지대' 설치안을 제시한 지 이틀 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군 철수 후 터키가 안전지대를 구축할 것"이라며 민첩하게 대응했다. 안전지대는 일반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쌍방 사이에 충돌을 막고자 설치하는 비무장 완충지대를 가리키지만, 15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 등 터키 고위 인사들이 밝힌 계획은 터키와 시리아의 실질적 국경선을 시리아쪽으로 30여㎞ 밀어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 후 대통령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터키가 터키군과 정보요원을 배치해 시리아 북부 안전지대를 통제할 것이며, 그 과정에 지역 주민을 참여시킬 것"이라고 답변했다.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선이 약 950㎞인 점을 고려하면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서울특별시 면적의 50배에 해당하는 약 3만㎢(950㎞×32㎞)를 터키의 관할 아래 두겠다는 의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총 연설 후 취재진과 만나 "안전지대 폭은 32㎞보다 더 넓어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터키가 안전지대라는 이름으로 통제하려는 구역에는, 현재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장악한 쿠르드 반(半)자치지역의 거점 도시인 코바니, 탈아브야드, 까미슐리 등이 들어간다. 터키의 계획대로 안전지대가 구축된다면 하사카를 제외한 시리아 북부 주요 쿠르드 도시가 모두 터키군의 통제 아래 들어가게 된다. 앞서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하는 군사작전을 전개한다고 위협했지만, 미국의 반대에 부닥치자 '안전지대' 구축안으로 미국과 담판을 벌여 시리아 북부를 손에 넣으려는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터키가 공개한 계획이 미국과 교감의 산물인지는 불확실하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젯밤(14일 밤)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역사적인 이해에 도달했다"고 평가했지만, 무엇에 관한 합의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