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현직을 통틀어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후배 법관에게 구속심사를 받는 첫 사법부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검찰은 지난달 초 한 차례 기각된 박병대(62)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도 다시 청구했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2일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1일 첫 소환조사를 한 지 1주일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3차례 피의자 신문을 포함해 전날까지 모두 5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첫 조사 때부터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확인한 검찰은 조서 열람을 포함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양 전 대법원장이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며 "징용소송 재판개입 등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 혐의들에서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주도한 사실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되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개별 범죄 혐의는 40여 개다. 그는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 사법부 블랙리스트 ▲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부분 연루돼 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 징용소송 '재판거래'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관련 소송 ▲ 옛 통진당 의원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구속영장에 서기호 전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개입한 혐의가 추가됐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던 2014∼2016년에 집중됐다. 이 시기 재직한 박 전 대법관이 받는 범죄 혐의는 30개 안팎에 달하며, 대부분 양 전 대법원장과 겹친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직무유기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 위계공무집행방해 ▲ 공무상비밀누설 ▲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은 260쪽으로 임 전 차장(230여 쪽)보다 분량이 많다. 박 전 대법관의 두 번째 구속영장도 200쪽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