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통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나 '최후통첩' 성격으로 분담금 연간 '1억 달러'(한화 1조1천315억원·작년 대비 약 15% 인상)에 '유효기간 1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불가'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호혜적이고 합리적인 한미동맹 운용을 바라는 국민 요구에 비춰 연간 1조원에 '저지선'을 쳤다. 1조원도 전년(9천602억 원)에 비하면 약 4% 증액한 것으로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액수의 경우 1조원'(한국) 대(對) '1빌리언(billion) 달러'(10억 달러.미국)라는 상징적 수치를 내 놓고 양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액수는 미국의 약 15% 증액 요구와 우리의 약 4% 증액 안 사이에 접점찾기의 여지가 없지 않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방위비 협정의 유효기간, 즉 계약기간이다. 종전 5년이었던 것을 1년으로 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1년으로 할 경우 올해말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당장 미국과 내년 이후분에 대해 곧바로 지루한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더욱이 갈수록 선명성을 더해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비춰 볼때 내년 이후에 더 나은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은 하기 어렵다. 당초 한미는 지난해 3월부터 2019년부터 적용될 10차 SMA 체결을 위해 협상한 결과, 총액 등에 있어 한때 이견을 상당히 좁혔다. 미국은 최초 기존 액수의 2배 수준인 16억 달러(1조8천104억원)를 불렀다가 14억 달러(1조5천841억원)로 내린데 이어 약간의 곡절 끝에 작년 12월 중순까지 12억 달러(1조3천578억원)를 제시했다. 작년 11월부터 12월 초순 사이 한때 양국 실무 협상팀 선에서 양측 액수 차이가 '1억 달러(1천131억원) 미만'으로 줄어들며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증액 요구 속에 미국의 요구액은 지난달 중순께 12억 달러로 다시 늘어났고,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미국은 액수를 낮춘 10억 달러에 1년 계약을 사실상의 최종안으로 12월말 제시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방위비 문제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며 "자세한 액수를 밝혀드리긴 어렵지만 이견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 장관의 이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분담금 인상 요구에 따라 지난해 10차례에 걸쳐 진행된 양국 협의에서 결국 타협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양측이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일각에서 2월말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북미정상회담 전에 방위비 문제를 빨리 매듭지음으로써 동맹의 방위 태세와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에 악영향이 없도록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북정책 공조 등과 방위비 협상은 별개 트랙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다른 사안과 연계하려 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 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8일 "북한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해 제재 완화나 종전선언,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 등과 같은 새로운 양보를 얻어내길 바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