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새벽, 꿈속 나라에서 지내던 그는 매캐한 냄새 때문에 감겨있던 눈을 뜬다.

"아이들이 음식하다가 태웠나?" 그것이 그의 첫 생각이었다.

 냄새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안방문을 열어재친 그가 본 것은 아이들이 음식을 태워 발을 동동구르는 모습이 아닌

불타오르며 그 위세를 보이는 불길.



 불을 보자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찾으려고 했지만, 소화기가 놓여있던 곳은 불길로 가로막힌 현관 옆,

그는 도저히 소화기를 가지러 갈 수 없었다.


 당황도 잠시, 불꽃의 뜨거움이 TV브라운관을 달궜고 결국 화마의 손길로 인해 TV브라운관은 펑! 큰 소리를 내며

폭발한다. 귓청을 때린 이 소리는 추후 무너져내리는 이 남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외침이었을까?


 서둘러 안방에서 자던 아들과 자기 방에 있던 큰 딸을 깨워 불이 났다는 말과 함께 빨리 부엌 쪽 창문으로

빠져나가라고 외친다.


 외침과 동시에 작은 딸을 깨우기 위해 급히 달려가보지만 뜨거운 손잡이는 계속해서 그의 손길을 거부한다.

'안에서 잠긴 것일까?' 작은 딸을 소리쳐 불러보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고 있었다면 내 목소리를 들었었을꺼야.' 부엌 창문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생각은 이랬을 것이다.


 밖으로 나온 그가 돌아보고 크게 놀란다. 분명 밖으로 빠져나왔을꺼라 생각한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설마 하며 뒤를 돌아본 그에게 보여진 것은 절망이었다.


 큰 딸은 2층 자기방 창문에 매달려 울부짖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아직 집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동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딸의 방 창문에 사다리를 놓아 구출하려 하였지만 방범창은 아이의 아버지를 막았다.


 순식간에 퍼진 화마는 큰 딸을 그 탐욕스런 손길로 뒤덮어 버렸고. 다른 아이들 마저 그 화마의 손길에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을 향해 떠났다.


 자신의 피붙이들을 잃은 고통은 그의 몸에 남겨진 화마의 흔적으로는 막을 수 없었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그를 구급차에 실어 한일병원으로 옮긴 후에도 마찬가지 였다.


"아저씨, 많이 다쳤으니 움직이지 마세요." 간호사들은 이렇게 외치며 생리식염수를 뿌리고, 붕대를 감았으나

흘러나오는 통곡은 붕대로는 막지 못하고 밖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올 뿐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의 자식들은 전부 착했다. 공부도 열심히 하였고, 잔소리를 할 일 조차 없었다.

자기가 해야될 일을 알아서 하는 아주 착하고 좋은 보물같은 존재가 그의 자식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렇게 먼 곳을 향해 그를 남겨주고 떠나갔다.

남겨진거라곤 타버린 잔해와 고통스런 화상치료 뿐


 화마의 손길이 남긴 흔적은 일주일 동안 붕대를 감고 생사의 위기로 그를 몰아넣었고,

타버린 피부와 죽어버린 조직을 긁어낼때는 이것이 상처에서 나는 피비린내인지, 그의 비명속에 담긴 피비린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후 매일 아침 반복되는 고통의 순간들의 그를 괴롭히고 또 나락에 떨어지게 만든다.

온몸을 생리 식염수로 소독하고, 물에 적신 거친 거즈와 칼로 다친 부위의 오염물질과 괴사 조직을 때어내야 했다.

아무런 마취도 없이, 피부도 아닌 보통은 감춰져야만 할 붉은 생살 위에 계속


 온 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절규와 고통의 시간은 계속 되었고 피가 뚝뚝 떨어지고,

피부없는 그의 몸은 진물을 토해낼 뿐이었다.


 이런 고통의 시간은 몇 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끝났고, 몇 차례에 걸친 피부 이식 수술을 받는다.





 고통과 자식을 잃은 절망 속에 몸부림치던 그에게 경찰이 보여준 것은





 


 화마로 자식들을 잃고, 자신조차 부숴져가는 그에게 경찰이 준 것은

주변의 의심과, 아내의 의혹 그리고 헤어짐. 해결된 후로도 오해를 남긴채 아무것도 안하는 차가운 모습 뿐





경찰이 저지른 삽질은 많지만 이처럼 아무 잘못없는 한 사람을 철저히 부숴버린 행위는 보기 힘들다.

더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보자. 경찰이 한 삽질이 얼마나 철저히 이 남자를 부숴버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