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자동차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17일(현지시간)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유권해석으로 주목된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 제출 사실이 발표된 것은 상무부의 270일 조사 시한을 2시간 정도 남겨둔 이 날 오후 10시께였다. 상무부의 한 대변인은 보고서의 세부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 때문에 미국 국가안보가 훼손된다는 판정을 보고서에 담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AFP통신은 상무부가 국가안보 위협 판정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보고서에 따라 조치를 취할지 90일 이내에 결정할 수 있다.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면 관세부과나 수입량 제한 등 권고를 제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집행을 명령할 수 있다. 로이터는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상무부가 권고할 선택의 범위가 다양하다고 보도했다. 완성차나 부품에 대한 20∼25% 관세, 또는 화석연료가 아닌 에너지를 쓰는 자동차, 자율주행차, 인터넷이 연결되는 자동차 등으로 표적을 좁힌 차량에 대한 관세를 상무부가 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상무부의 보고서 제출을 두고 자동차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자동차·장비제조업협회(MEMA)는 업계가 판매 부진으로 고통받는 때에 관세 때문에 미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EMA는 "관세가 적용된다면 새로운 자동차 기술의 개발과 실행을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미국이 뒤처지게 될 것"이라며 "미국 내 자동차 기업들 가운데는 단 한 곳도 이번 조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오토모티브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25%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미국 내 자동차와 연관 산업에서 일자리 36만6천900개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에서 제작된 자동차를 포함한 경량자동차의 가격은 평균 2천750달러(약 309만원) 오르고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연간 130만대 줄어들며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내에서 자동차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액이 연간 830억 달러(약 93조3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작년에 추산한 바 있다. EU, 일본, 한국 등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들은 미국의 동태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자동차 관세 계획을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EU, 일본과 양자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개정 협상을 벌일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