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여성가족부가 각 방송사에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본 한 네티즌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이 안내서의 부록인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 정부가 방송 출연진의 외모마저 규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여가부는 이 안내서에서 외모 획일화의 사례로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을 들었다. '음악방송 출연 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라는 소제목 아래에는 “음악방송 출연자 대부분은 아이돌 그룹으로, 음악적 다양성뿐 아니라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외모의 획일성은 남녀 모두 나타난다”고 되어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가부가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한다” “정신 나간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 등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수 지코(블락비)와 경리(나인뮤지스)는 닮은꼴 남매로 화제가 된 아이돌인데 “둘 중 한 명은 방송인생을 포기해야 하냐”는 조소섞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진선미 장관은 여자 전두환이냐"며 "외모에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여가부 기준으로 단속하려 하나.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장능인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18일 "국민 외모까지 간섭하는 국가주의 망령을 규탄한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 접속 검열, 방송 장악 시도에 이어 이제는 외모 통제냐"고 말했다. 여권도 여가부의 돌출행동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지난 11일 정부의 해외 성인ㆍ도박 사이트 접속 차단 등으로 규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여가부가 일종의 '외모 가이드라인'까지 내놓은 게 자칫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성평등과 외모 획일화가 도대체 어떤 논리적 연결고리가 있는 것인지 잘 납득이 안 간다"라며 “복장·헤어스타일 등 개인의 사적인 부분을 간섭하는 것 자체가 군사정권의 독재를 떠올리게 하는데 여가부가 서툴렀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이번 안내서 마지막에 “방송을 기획, 제작, 편성하는 모든 과정에서 방송사, 제작진, 출연자들이 꼭 한번 점검해 보고 준수해야 할 핵심사항을 제안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방송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 강화라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후 심의기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방심위 가이드라인도 일부분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여가부까지 완장을 차고 나서겠다면 도대체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