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아들을 둔 부모들이 정관수술에 관심을 가지는 건 최근 10대들의 성문화가 좀 더 개방적으로 바뀐 탓이다. 10대에 성관계하고 그러다 임신까지 하게 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 10대 임신에 관해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정한 집계에 따르면 2015~2017년 사이 18세 이하 미성년자 분만은 1399건으로 하루 한 건꼴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낙태까지 합하면 그 수는 최소 서너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서울에서 초등학생이 또래 친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임신한 일이 맘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정관수술 문의가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맘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10대의 임신 뉴스에 "아이들이 학원 화장실이나 옥상에서 만나는데 그것까지 막을 순 없다" "어떤 아이는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하더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덧붙여져 부모들의 걱정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한국 정서상 10대 자녀들에게 콘돔 사용 등 제대로 된 피임법을 가르치는 부모를 찾기는 쉽지 않다. 비뇨기과 의사 이씨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콘돔 사용법 같은 피임법을 제대로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그냥 '포경수술과 비슷한 수술'이라고 대충 넘어가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원천봉쇄(?)하려고 정관수술을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사자인 10대 자녀보다 부모가 먼저 나서서 정관수술을 권하거나 알아보러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비뇨기과 의사가 "미성년자의 정관수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정관수술을 하더라도 나중에 복원하면 별문제 없이 임신이 가능하지만, 늘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다. 복원 수술의 실패 확률도 10% 가까이 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영구적으로 불임이 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정관을 차단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복원 역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A 원장은 "이렇게 수술의 위험성을 설명해도 수험생인 고3 기간만 넘길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정관수술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