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뵈도 우린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X세대였고
폭풍잔소리를 쏟아내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때는 오빠들에 목숨걸었던 피끓는 청춘이였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70년대 음악에, 80년대 영화에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2019년 3월 20일
이제 몇년 뒤 우리는 오십이 된다.
대한민국 모든 오십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오늘까지 잘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

우린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 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살아내 보자고 말이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