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고(故) 이모씨 등 3명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증거 취사선택과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 영역이고, 형사재판에서 심증 형성은 반드시 직접 증거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검사는 원심의 사실인정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재항고했는데,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록에 따르면 여순사건 당시 군경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민간인 체포·감금이 이뤄졌고, 이씨 등이 연행되는 과정을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며 "구속영장 발부 없이 불법 체포·감금했다고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서가 남아있지 않아 재심할 수 있는 대상 사건이 없다는 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판결서가 판결 자체인 것은 아니고, 판결서가 미작성됐거나 없어졌더라도 선고된 이상 판결은 성립한 것"이라며 "유죄 확정판결인 이상 재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씨 등의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집행된 사실은 판결 내용과 이름 등이 기재된 판결집행명령서, 당시 언론보도로 알 수 있다"며 "판결서 원본 작성과 보존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계엄령에 따라 설치된 군법회의에 대해 위헌·위법 논란이 있지만, 국가공권력의 사법작용으로 군법회의를 통해 판결이 선고된 이상 판결 성립은 인정된다"면서 "재심을 통한 구제를 긍정하는 게 재심제도 목적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형사소송법은 검사나 경찰이 직무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재심사유로 규정하되, 증명방법을 확정판결로 제한했다"며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도 직무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가 없을 만큼 증명돼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옥·이기택 대법관도 "재판이 실제로 있었는지, 이씨 등이 사형판결 집행으로 사망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설령 재판이 있었다 하더라도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대해 규범적 의미에선 재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판결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공소사실을 알 수 없는 이상 형사재판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재심도 가능하지 않다"며 "재심을 허용하더라도 충분한 구제가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