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이끄는 미국이 22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IS의 점령지를 모두 '제거'했다고 선언했지만, 그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는 마지막 소굴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2014년 6월 IS의 '칼리프'(이슬람 신정일치 지도자)로 지명된 바그다디는 그 다음달 이라크 모술에 있는 알누리 대모스크에서 공개 설교를 한 것 외에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최후까지 항전하라'고 지시하는 육성 녹음을 몇 차례 인터넷에 유포하며 생존을 확인한 것이 전부다. 





2017년 여름 러시아가 바그다디 폭사설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공적으로 내세웠지만 그해 9월 그의 육성이 공개되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10월 IS가 '수도' 시리아 락까에서 국제동맹군과 쿠르드·아랍 연합 '시리아민주군'(SDF)에 패퇴했을 당시 국제동맹군은 바그다디를 비롯한 IS 수뇌부가 '유프라테스 중류 계곡'(MERV) 일대의 시리아·이라크 국경 지역에서 계속 이동하며 도피 생활을 하리라 의심했다. MERV는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주(州)에서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州)까지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형성된 주거 지역을 가리킨다. 국제동맹군 또는 러시아·시리아군이 이 지역의 IS 근거지를 하나하나 장악할 때마다 바그다디의 소재에 이목이 쏠렸으나 번번이 실망을 안겼다. 시리아 내 주요 도시 거점을 상실하고 나서 작년 8월 추종자들에게 세계 각지에서 '계속 싸우라'고 촉구하는 55분짜리 연설 파일이 그의 생존을 입증하는 마지막 정황이다. 






이날 IS의 마지막 소굴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에서도 바그다디는 나타나지 않고 여전한 위협으로 남았다. 미국 정부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가 생존해 이라크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SDF가 바구즈를 완전히 포위했을 때에는 이미 IS 지휘관들이 일반 전투원과 가족들에게 항전과 순종을 지시하고 도주한 후였다. 비록 IS는 패망했지만 바그다디가 살아 있는 한 그의 존재를 이용해 테러 선전·선동에 계속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그다디의 생존 자체가 위협 요소인 셈이다. 12일 유포된 선전 영상에 등장한 IS 추종자는 바그다디를 "오늘날 지상에서 유일한 무슬림 지도자"라며 충성심을 드러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바그다디에게 알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라덴과 같은 2천500만달러(약 283억5천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