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 씨는 지난 21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되기에 앞서 이날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검은 양복 차림으로 법원에 도착한 정씨는 법원 청사 내부 2층에 설치된 포토라인 앞에 서서 미리 종이에 적어온 입장을 취재진 앞에서 읽은 뒤 심사가 열리는 321호 법정으로 발길을 옮겼다. 심문을 마친 정씨는 오후 12시 17분께 경찰과 함께 법원 청사를 나온 뒤 포토라인을 지나 대기 중이던 경찰 차에 올라탔다. 법원에 도착했을 때와 달리 포승줄에 묶인 상태였다. 포토라인 관행은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진행되면서 최근 몇 달 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검찰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그대로 지나친 것을 계기로 법조계가 중심이 돼 포토라인 관행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폈다. 대한변협은 지난 1월 법조언론인클럽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어 포토라인 관행의 개선 방안을 두고 열띤 논의를 벌이기도 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같은 순기능이 있다는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포토라인 운영 주체가 언론계여서 수사기관이 독자적으로 존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은 수사 관련 내부 공보준칙을 두고 촬영경쟁 등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 등 예외적으로 일부 촬영을 허용하도록 한다. 사법농단 수사로 포토라인이 논란이 되자 검찰과 경찰 내부에서는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포토라인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법원의 경우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서 재판장 허가 시를 제외하고는 법정 내 촬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법정 바깥의 촬영에 관해선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직후 법조계 중심으로 이뤄졌던 포토라인에 대한 문제제기는 버닝썬 수사과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수사기관의 심야조사 관행도 최근 몇 달 새 강도 높은 비판이 일었던 이슈다. 특히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심야 조사 관행을 질타하는 법관들의 목소리가 컸다. 일부 법관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소환해 밤샘 조사를 벌이자 법원 내부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고문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하는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전 조사할 때 심야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버닝썬 관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준영 씨는 지난 14일, 17일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해 모두 밤샘 조사를 받았다.







정씨뿐만 아니라 승리(본명 이승현·29) 등 버닝썬 사건 관련 여러 피의자가 새벽까지 심야 조사를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를 문제 삼는 사법계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심야 조사가 불가능하고, 공인이나 유명인의 경우 재출석보다는 철야를 해서라도 조사를 마치는 편을 선호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강하게 원할 경우 심야 조사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다만 심야 조사를 수사기관이 악용하는 일을 차단하기 위해 체포영장 시한이나 공소시효 만료 등 긴박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심야 조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포승줄에 묶여 포토라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피의자는 무죄 추정 원칙에 벗어나 사실상 유죄를 받은 것과 다름없는 인식을 받게 된다"며 "설령 나중에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침해된 인격권을 회복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야 조사 관행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자의로 원할 경우 등 어쩔 수 없는 사례가 있지만 가급적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