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럿 마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과 전통적으로 밀착 관계인 이탈리아가 미국의 거듭된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참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최근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중국의 '헛된'(vanity) 인프라 프로젝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퀴스 대변인은 이에 앞서서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대일로 참여가 경제적으로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고, 이는 또한 장기적으로 이탈리아의 국제적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관도 MOU 서명 하루 전인 22일 로마의 한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약탈적 경제 모델을 살펴보고, 결정을 재고할 것을 이탈리아에 충고한다"며 "중국은 세계 패권을 위해 탐욕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1∼22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콘테 총리로부터 중국과의 일대일로 MOU 체결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은 EU의 '쌍두마차'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탈리아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보도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도 이탈리아에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상당한 국가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탈리아가 순진함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특히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참여와 관련해, EU 차원의 통일된 대중국 전략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못마땅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의 미흡한 시장 개방, 보조금을 지렛대로 한 불공정 경쟁, 통신부문 지배력 확대 시도 등을 지적한 뒤 중국을 '경쟁자'로 지칭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EU 차원에서 재설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규모 3위이자 EU창립 멤버인 이탈리아가 EU의 단일 대오를 벗어나 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구축하려 하자 독일, 프랑스 등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판은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의 실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양국 핵심 관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대일로 MOU에 서명하는 자리에 불참하고, 그 시각 북부의 한 경제 행사에 참석해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중국이 '자유시장'을 갖춘 나라라고 말하지 말라"며 "또한, 국가안보에 관해서 우리는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밝혀, 이번 MOU 체결에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일대일로 참여는 중국 기업의 이탈리아 식민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통신 등 민감한 분야에서의 협력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견해를 앞서 밝힌 바 있다.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을 이끌며 강경 난민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전날 대통령궁에서 시 주석을 위해 베푼 국빈 만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대일로를 둘러싼 포퓰리즘 연정의 내부 분열상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