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보면 소나기가 올 때 소나기를 피하는 데 아주 유연하고 기민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반 전 총장이 언급한 '전략적 결단'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외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경제 건설에 주력하는 결단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는 "살라미처럼 너무 얇게 잘랐기 때문에 단계적 접근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하며, 북한이 나중에 말을 바꿀 수 없도록 '빅 딜'이라는 큰 틀을 씌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1992년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과 2005년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선언 등의 약속을 했음에도 결국 핵무기 개발로 나아갔던 점에 대해 "외국 속담에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북한을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또 "핵을 가진 북한과 같이 살 수 없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게 대한민국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이는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이어온 한국의 일관된 정책"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북, 한미, 북미 관계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여야하는데 지금까지 이중 어느 것 하나 단단하지 못했고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 톱니바퀴만은 양국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단단히 조여지는 만큼 흠집이 나 있는 한미동맹을 수선하고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동맹에 흠집이 나 있다는 평가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은 "아직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친구 관계에서도 우애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듯이 동맹 관계에서도 서로 관리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조금 더 '케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톱니바퀴를 튼튼히 해야 남북 톱니바퀴를 제대로 수선할 수 있다"며 "불가능한 허상에 기초한 남북 톱니바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현 상태에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이 불가능하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