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동영상을 확인한 지 약 1년 만인 지난해 10월 경찰서를 찾아 남자 친구를 고소했다. 불법 촬영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사회적으로 몰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용기를 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A 씨가 고소장을 내던 날 2명의 남자 경찰이 A 씨를 앞에 두고 이어폰을 낀 채 A 씨가 등장하는 영상을 10여 분간 본 것이다. 영상 속 등장인물이 A 씨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경찰이기 전에 이들도 남자인데 영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디지털 성범죄가 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현장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