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전 10시 개표가 94.86% 진행된 상황에서 젤렌스키는 73.18%를 득표하며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했던 페트로 포로셴코(53) 현 대통령(24.49%)보다 3배가량 많은 표를 얻었다. 줄곧 코미디언의 길을 걷던 젤렌스키의 삶에 변곡점이 된 시점은 그가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를 만든 프로덕션과 힘을 합쳐 지난해 3월 ‘국민의 봉사자’ 정당을 만들면서부터다. 드라마 인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없을 거라던 그는 정당이 기성 정당 못지 않게 연일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자 지난해 12월 이 정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선거 유세도 하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도 가급적 나서지 않는 등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칭하며 9개월 여정을 지나온 그는 우크라이나의 ‘진짜’ 대통령이 됐다. 







정치 신인 ‘젤렌스키 돌풍’은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에서 기인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히 암울한 경제 상황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루 속에 든 고양이(실체가 불확실한 대상)’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합병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 러시아 반군과 정부의 무력분쟁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경제는 한 없이 뒷걸음질 쳤다. 2015년에는 국제금융기구(IMF)로부터 175억 달러(19조 8,975억원)의 금융 지원을 받았고, 한 때 1,800억 달러가 넘었던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 절반 수준인 901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9.8%까지 치솟고, 빈곤율은 3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경제를 과점하고 있는 소수 재벌의 부정부패까지 만연하자 다수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신예 정치인에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코미디언의 반란이 우크라이나 정계를 흔들었지만, 그가 과연 무사히 대통령직 수행을 이어갈지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다. CNN은 “‘아웃사이더’ 돌풍이라는 허니문은 일시에 끝나고 그 앞에 놓인 당면 과제 해결이 절실하다”며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 문제를 우선으로 꼽았다. 젤렌스키는 돈바스 지역의 무력분쟁을 종식시키고, 러시아로부터 크림반도 반환을 추진한다고 공언했지만 노련미로 무장한 푸틴 대통령과 외교 관계서 어떻게 우위를 점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제 개혁 등에 대한 정책도 쏟아냈지만 말뿐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점도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