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에서 출시된 쥴은 "청소년들의 흡연 호기심을 자극해 전자담배 입문을 조장한다"는 논란을 낳았다. 북미 지역 청소년 사이에선 ‘전자담배를 피우다’라는 뜻의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선 쥴을 두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몰래 담배를 피우기 좋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 쥴은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작아 숨기기 좋고, 모양도 USB·샤프심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흡연 후 손이나 옷에 담배 냄새도 남지 않는다. 주로 유튜브를 통해 ‘쥴링’ 영상을 보고 이미 쥴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들이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장악한 쥴의 인기는 ‘디자인’과 ‘맛’ 때문이다. 매끈한 금속재 외관으로 ‘담배계의 아이폰’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제품은,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닮아 일반담배와 달리 액세서리처럼 보인다. 액상형 카트리지를 탈부착하면 돼 사용하기 편리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담뱃재도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망고맛’ ‘사과맛’ 등 제품 자체에는 니코틴·타르 같은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지만, 입에선 과일 맛이 나 몸에 해롭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부 학교는 쥴의 국내 출시가 발표되자 교사들을 모아놓고 쥴의 생김새와 특성을 따로 교육하기도 했다. 그러나 "쥴에 대해 알게 될수록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반응이다. 고교 교사 송모(29)씨는 "보통 손이나 정수리 냄새를 맡아보거나 소지품 검사를 통해 학생 흡연을 적발하는데 쥴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피해가는 것 같다"며 "담배 피우는 학생들 입장에선 환영이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막막하다"고 했다. 중학교 교사 조모(26)씨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다른 담배에 비해 거부감이 적은 쥴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며 흡연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어떻게 해야 쥴의 유해성을 학생들에게 설득력있게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다해(43)씨는 "담배 냄새도 안나고 액세서리처럼 생겨 아이들이 쥴을 피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38)씨는 "또래에 쉽게 휩쓸리는 10대 사이에서 쥴이 유행한다면 우리 아이도 안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에서 청소년에 대한 담배·전자담배 판매를 집중 점검·단속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담배를 판촉하는 행위도 감시단을 꾸려 단속을 강화한다. 학교를 통해 학부모에게 신종담배의 모양과 특성을 알리는 안내문도 배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쥴의 국내 출시로 청소년 흡연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전자담배 보급을 통해 청소년의 흡연 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쥴’이 청소년 흡연 확대 추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청소년 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2007년 13.3%에서 2016년 6.3%로 10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등장하면서 작년에 6.7%까지 오르는 등 청소년 흡연율이 상승세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쥴’이 흡연율 상승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고교생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학생 전자담배 흡연율도 3.3%에서 4.9%로 올랐다. 1년 만에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고교생이 210만명에서 360만명으로 71%(150만명)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