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난과 정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최근 심각한 기름 부족 사태까지 덮쳤다. 베네수엘라 일부 지역에서는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수일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CNN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베네수엘라인들에게 기름은 날 때부터 주어지는 권리 같은 것이었다고 CNN은 표현했다. 지난 1989년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당시 대통령의 석유 보조금 폐지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 이후 베네수엘라 정치인들에게 기름값 인상은 금기였다. 실제로 베네수엘라가 최근 몇 년 새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는 동안에도 기름값은 오르지 않았다. 지금도 기름값이 매우 저렴하지만, 문제는 공급 부족이다. 베네수엘라의 기름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예전엔 유통이나 수송 과정의 문제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기름 자체가 부족해진 것이다. CNN에 따르면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1940년대 이후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 하루 생산량은 83만 배럴로, 올해 초 120만 배럴보다도 크게 줄었다. 국영 석유기업 PDVSA는 시설 노후화 등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정전도 잇따라 생산 차질이 심화됐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까지 겹쳤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1월 PDVSA를 제재 대상에 올린 이후 PDVSA는 원유를 휘발유로 정제하기 위해 필요한 성분을 구입할 수 없게 됐다. 야권은 마두로 정권의 무능력이 석유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난한다. 소셜미디어에는 '휘발유 없는 베네수엘라'(VenezuelaSinGasolina)라는 해시태그로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야당 의원인 미겔 피사로는 CNN에 "이 혼란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은 마두로가 퇴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름난이 단지 기름난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연료가 부족하면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한 식량난도 가중될 수 있다. 철도가 없는 베네수엘라에선 차량으로 식량을 이동해야 하는데 연료 부족으로 식량 이동이 쉽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