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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전역하고, 늦깎이로 대학갔을 때, 일을 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습니다. 4년 조금 넘는 군생활 마치고 전역하면서, 빚이나 외상값 갚고 자시고 하니, 남은 거라곤 자동차 한 대(뉴코란도)와 돈 110만원?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다행히 평생 운동해온 게 어디 안가서,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도 모 종합 격투기 체육관에서 사범 노릇을 하면서 숙식도 해결하고, 돈도 벌고 있었습니다. 제 고등학교 선배셨던 관장 형님은 모 학교 레슬링부 감독을 하셨는데(지금은 모 광역시청 레슬링팀 감독), 언제부터인가 봉직하시는 학교 학생들 상대로 입시 체육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쏠쏠한 돈벌이를 하고 계셨죠. 사실 '입시 체육' 이란 게 조금 웃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사회체육과라도 대학을 갈 때는, 학교 운동부 생활하다가 입상 성적으로 대학 못가게 된 아이들이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그런데 입시 체육을 하면서 전혀 다른 부류의 아이들이 있더군요. 대략 정리하면

 

1. 집은 대개 부자

2. 실력으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좋은 대학을 보내고 싶은 부모님

3. 꾸준히 운동하던 아이들이 아닙니다.

 

이걸 정리하면, 하루에 운동 1시간도 안하던 아이들을 체대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정도의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X같은 과제였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소위 명문대 체대 입시에서 입시 체육으로 만점 받을 정도의 체력이면, 특전사 기준이건 UDT/SEAL기준이건 가볍게 씹어 먹고도 남습니다. 보통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았지만, 우리는 그리 어렵지 않게(아이들은 죽어 났지만), 그걸 전부 달성했습니다. 사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태릉 선수촌급 체력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사람이란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누구나 가능한 것 정도죠. 누가 오던지 간에 가능할 겁니다. 다만 여기서는 조건이 붙습니다. 짜주는 식단과 생활 시간표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조건이 그거입니다.

 

우리 체육관에 입시 체육하러 온 아이들은 그걸 대개 준수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일탈은 있었습니다만, 1년 가까운 시간은 그걸 감안하고도 달성 가능한 시간이었죠. 그리고 대학 입시가 달려있으니, 동기부여도 어느 정도 충분했습니다. 아이들은 충분히 휴식 했고, 짜준 식단대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시키는대로 운동했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으니, 대개 원하는 대학을 갔습니다. 문과 성적으로는 고려대 문턱도 못갈 아이가, 고려대 체대에 턱걸이로나마 합격했던 게 기억나네요. 운동의 힘도 있었지만, 충분한 시간과 휴식, 식단의 힘이었죠.

 

흔히 운동하는 사람들(특히 바디빌딩)은 이런 말을 합니다. 먹는 게 70%라고...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먹는 게 70%, 휴식이 20%, 운동은 10% 밖에 안된다고... 과장된 말이긴 합니다만, 절반 이상은 동의합니다. 특급 전사의 기준이란 건 소위 말하는 명문대 체육 입시 기준보다는 확실히 낮습니다. 분명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먹고 휴식하면, 누구든지 가능할 겁니다. 다만 시간, 식단, 휴식, 체계적 운동 네 가지가 모두 충족된다는 조건 하에서 말이죠.

 

평소 꾸준히 운동해온 병사들이라면 저런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조금 노력하면 달성 가능할 겁니다. 아무래도 일단 젊으니까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통 병사들은 대개 한국 교육 환경 하에서 생활해 왔을 테고, 이건 많은 병사들이 고3때까지 운동과는 담 쌓았다는 것과 동의어일 겁니다. 그럼 이 고3때까지 운동과 거의 담쌓다시피 했던 병사들을 특급 전사로 만들려면 위와 똑같은 네 가지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1. 충분한 휴식

 

2. 완벽한 식단

 

3. 강한 동기부여

 

4. 넉넉하게 긴 시간

 

 

그런데 하루 종일 업무/훈련하다 온 병사들이 일과 끝나고 자기 시간 쪼개서 운동한다면... 과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병영식이 요즘 암만 좋아져봐야 우리끼리 하는 말로 '통상식' 입니다. 체력을 유지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체력과 근육을 늘리기 위해 최적화된 식단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병사들을 '갈궈서' 특급 전사를 달성시키는 건 동기부여로서는 정말 꽝입니다. 그리고 1년 정도 시간을 주고, 특급 전사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는 것도 아니고, 당장 휴가 잘라버리고, 특급 전사 달성 여부로 휴가를 보낸다? 이게 과연 충분한 운동 기간의 보장일까요? 물론 세상사 케바케라고... 저런 악조건 하에서도 특급 전사를 달성하는 병사들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휴식과 최적화된 식단, 동기부여 없이 병사들이 강제로 운동해봐야, '특급 전사'를 달성할 확률보다는 부상자를 양산할 확률이 더 클 겁니다.

 

뭐 지휘관의 지휘권 보장이라는 건 존중합니다만, 제가 그 장군님이었다면,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했었을 듯싶습니다. 적절한 식단, 넉넉한 기간, 체계적인 프로그램, 충분한 휴식, 강한 동기부여 등등 과연 저 중에서 병사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줬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의 제공 없이 막연히 특급 전사를 강요한다고, 과연 효율이 얼마나 날 지를 한번 합리적으로 생각해 봤다면, 좀 더 다르게 나왔겠죠. 그리고 적어도 공동체를 위해 본인 의사에 반하여 희생하고 있는 병사들이 몸 건강하게 전역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생각해 봤다면, 청와대 청원이라는 형태로 구설을 타지는 않았을 듯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