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오만해 인근에서는 일본 해운회사가 빌려 운영 중인 고쿠카 커레이저스호(파나마 선적)를 비롯해 유조선 2척이 피격당했다. 미국은 '고도의 기술과 정밀도를 갖춘 공격으로, 주변 지역에서 이런 역량을 가진 세력은 이란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유조선 공격과 관련해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발표한 이후 복수의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에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란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아울러 미국 측에 일본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의사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지난 14일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할 때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가 공격 주체를 특정할 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의 설명대로라면 '이란 관여설'은 추측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일본 정부 고관의 말을 전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자세는 공격의 주체가 이란이라고 강조하며 국제사회를 설득해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에 어긋나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의 주체를 이란으로 지목한데 이어 지난 14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국제적인 합의 형성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이란에 대한 압박을 요청했다. 통신은 이란에 대해 강경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정권이 일본의 증거제시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라며 이란에 대한 대응 문제는 이달 말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이란이 범인'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인 배경에는 유조선 피격이 이란을 방문한 아베 총리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면담한 때와 거의 같은 시간대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외교에서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이란 방문 중 이란이 일본 관련 유조선을 공격한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아베 총리는 자국 내에서 '외교 실패'에 대한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총리 관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측은 미국 측에 "(공격 주체가 이란이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에 나선 아베 총리의 체면이 현저하게 손상될 수 있다. 중대한 사안이라서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유조선 공격의 주체에 대해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측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4일 "이란이 일본을 모욕한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모하마드 빈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16일 아랍 신문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이란이 일본 총리의 테헤란 방문에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며 일본을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