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괴식(怪食·기이한 식습관)’에 푹 빠졌다. 맛을 좇는 게 아니라 ‘닭 껍질 튀김’ 같은 특이한 식단에 열광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웰빙’이나 ‘유기농’ ‘채식’이 외식업계 화두였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트렌드다. 괴식을 좇는 소비자는 지독하게 짜거나 단 식품, 외형이 신기한 먹거리, 어울리지 않은 조합으로 구성된 메뉴를 찾아다니면 반드시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괴식 리스트는 그야말로 기이하다. KFC 닭 껍질 튀김은 말 그대로 짭짤하게 양념한 닭 껍질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메뉴다.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맛봤다는 인증 글 중 ‘맛있다’는 평가는 드물다. 오히려 ‘느끼하고 짜다’, ‘이걸 왜 먹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맛을 위해 찾는 것이 아니라 급속히 번지고 한 번 맛본 뒤 잊히기 때문에 빠르게 소멸한다. 잘 먹지 않는 특수 부위인 돼지 꼬리 구이, 온갖 재료를 다 넣어 햄버거 크기로 만든 ‘뚱뚱이 마카롱’,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당도를 높이고 타피오카 펄을 넣어 만든 대만 흑당(흑설탕) 버블티 등 최근 유행한 식품은 대부분 괴식에 속한다. 이런 유행은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가 주로 이용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메뉴, 편의점 메뉴에 그대로 반영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는 김치를 볶아서 닭에 뿌린 ‘미스터 김치킨’, 짬뽕 소스와 오징어 볼과 함께 볶은 소스를 닭에 버무린 ‘오징어짬뽕치킨’을 신메뉴로 내놓았다. 밀레니얼은 이런 메뉴를 맛본 뒤 ‘먹어보았다’는 사실을 인증하고 ‘두 번 다시 주문하지 않겠다’는 해시태그를 넣어 마무리한다. 










이런 현상은 요즘 10~20대의 사회관계 패턴에서 비롯됐다. 서울대 소비자트렌드 분석센터 최지혜 연구위원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패러다임이 나오기 전 등장한 웰빙 트렌드는 전 세대와 전 세계를 아우르는 트렌드였다”며 “하지만 괴식 문화는 밀레니얼 세대만을 위한 트렌드로 일종의 반(反) 문화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세대의 감성은 정답을 추구하기보다 색다른 것, 특이한 것을 추구하고 의미 없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소셜미디어 인증과 이에 대한 연결된 집단의 호응·반응으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세대의 특성이 괴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괴식은 일종의 자기 파괴적 현상으로 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먹방 유튜버가 관심을 끌기 위해 흑당 버블티를 대접으로 마시거나 과식하는 장면은 섭식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괴식 제품 유행 사이클이 짧아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과도하게 많이 먹을 위험에도 노출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이에 대해 “닭 껍질은 껍질 밑엔 기름이 많은 데다 튀기기까지 하면 고지방·고열량 음식이 된다”며 “자주 섭취하면 비만 이외에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심혈관질환을 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