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국적의 여자아이 발레리아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인 마타모로스의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레리아 옆에는 아버지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6)의 시신도 있었다. 부녀의 시신은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1㎞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AP 등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텍사스로 불법 입국하려고 강을 건너다가 사망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발레리아는 팔로 아빠의 목을 감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얼굴을 강바닥으로 향한 채 나란히 엎드린 상태였다. 아빠가 아이를 등에 엎고 함께 강을 건너려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빠는 맨발이었지만 두살 아이에게는 신발이 신겨져 있고, 물살에 밀린 듯 아빠의 검은 티셔츠가 아이의 몸까지 감싼 모양이었다. 엎드린 자세로 강기슭까지 떠내려온 부녀의 모습은 멕시코 신문들에 일제히 게재됐다. 신문들은 중남미 불법 이주민들의 상황을 보여준다며 발레리아를 시리아 소년 아일란 쿠르디와 비교하며 추모했다. 2015년 9월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가려다가 익사한 채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온 세살 쿠르디의 사진은 2015년 전세계 언론에 보도되며 난민에 대한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멕시코 신문 라호르나다에 따르면 라미레스는 당초 딸을 데리고 강을 건너 미국 쪽 강둑에 도착했다. 이후 멕시코 쪽에 있는 아내를 데려오려고 다시 강물로 들어갔고, 혼자 남겨진 딸이 놀라 아빠를 따라 강에 뛰어들었다. 라미레스는 헤엄쳐서 딸을 붙잡았지만 급류에 휘말리면서 둘은 사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