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래에서 이 단어들 가지고 논란이 생기기에 이전에 썼던 글을 재업합니다.

보통 사학계에서 사건, 혁명, 운동, 항쟁, 사태란 명칭을 붙이는 것은 대충 이런 식으로 규정을 합니다.




<사건>




<보도연맹학살 사건 당시 처형된 시민들.>


말 그대로 일어난 어떠한 일.

일단은 '사건'이 대집합의 성격을 가지고, 이후 사건의 성격을 분석한 후 이런저런식으로 붙이는 식.
특히 부정적이거나 끔찍한 사건의 경우 '사건'을 유지한다.

다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성격이 불분명할 때는 '사건'이란 명칭을 유지하고는 한다.
(어지간하면 사태를 붙이는 경우지만...)


대표적인 사건의 예

* 제주도의 가장 끔찍한 재앙이었던 제주도 4.3 사건. 낮에는 우익이 죽이고 밤에는 좌익이 죽였던 사건임. 진보 보수가 다 얽혀있어 서로가 버린 사건인데다가 제대로 안 알려져서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사건이다.

* 이승만의 최악의 학살자적인 사건인 보도연맹학살사건. 한국전쟁 당시 대규모 학살사건으로, 최소 8만명 이상으로 추산됨. 이승만의 특무대가 주도적으로 했기 때문에 빼도박도 못할 이승만의 최대의 과오다. 국민방위군사건과 맞먹는 한국전쟁의 흑역사.

* 마찬가지로 이승만이 6.25 당시 벌인 국민방위군 사건. 당시 국방장관이던 신성모의 사위가 사령관이던 '국민방위군'에서 벌어진 일로, 군비리로 인해 군인들에게 밥도 제대로 안 줘 8만명 이상의 군인들이 아사, 동사, 병사했던 사건이다.
6.25 전쟁에서도 손꼽히는 역대급 흑역사로, 어떻게든 유야무야 넘기려다가 여론의 반발이 워낙 심해서 결국 책임자들에게 총살까지 내렸다.






<혁명>


<포르투갈의 무혈 쿠데타, 카네이션 혁명>


특정한 목적성을 가진 사건으로 인하여 정치체계, 사회질서 등을 직접적으로 바꾸었을 때.
즉, 성공 여부가 핵심이다. 보통 혁명은 성공했을 때 붙여진다.
특히 근현대로 올수록 시민들이 지지한 사건들을 혁명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

(즉, 쿠데타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지지했으면 혁명이 된다. 다만, 초기에는 혁명이라 했더라도 후에 독재 등으로 변질되면 의미도 바뀌기 때문에 그 때는 쿠데타가 된다.)

(예를 들어 카네이션 혁명같은 경우, 군부독재에 항거하여 군부 무혈 쿠데타가 이루어졌는데, 이 당시 시민들이 지지를 표하며 총부리에 카네이션을 꽂아둔 것이 유래가 됨.)


대표적인 혁명의 예

* 시민들의 궐기로 정권 자체가 교체된 프랑스 혁명
* 러시아의 로마노프 황조를 무너뜨린 10월혁명.
* 중국의 문화를 성공적으로 작살낸 문화대혁명
* 이승만의 하야로 정권이 교체된 4.19 혁명
* 박근혜의 탄핵으로 정권이 교체된 촛불혁명
* 포르투갈 제2공화국의 정책에 항의하여 정권이 교체된 카네이션 혁명






<운동>


<동학농민운동>

특정한 목적성을 가진 사건이 일어났지만,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즉, 성공 여부가 핵심이다. 보통 운동은 실패했을 때 붙여진다.
보통은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로써 사용하는 편.
부정적인 사건은 그냥 '사건'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예외) 운동 -> 국가가 시행하는 정책 이름으로도 썼던 경우가 있음. 예를 들어 '새마을운동'이나 북한의 '천리마운동' 같은거. 근데 이건 뭐 사학계에서 붙이는게 아니니....


대표적인 운동의 예

* 내란수괴 전두환의 반란군에 대항했지만 실패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 일제에 대항하여 일으켰지만 대항했지만 실패했던 동학농민운동
* 일제에 대항하여 일으켰지만 실패했던 3.1 운동.
* 흑인인권운동의 시작이나 다름 없던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







<항쟁 >


<6월 항쟁 당시 사진>

국가의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여 일으켰을 때.

보통 성공여부는 따지지 않고, 국가의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여 일어난 사건은 전부 항쟁을 붙이다가 그 성격에 따라서 혁명, 운동 등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항쟁이라는 명칭 자체가 너무 과격해보인다, 라고 보는 시각도 꽤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경우, 5.18 광주항쟁, 5월 광주항쟁 등으로 불리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게 되었다. 물론 이에 반발하여 '국가의 부당한 폭력에 대해서 대항한 사건인데 항쟁이 대수냐!'라고 말하는 의견도 많다.


대표적인 항쟁의 예

* 전두환의 독재에 대항한 5.18 광주항쟁
* 박정희의 10월 유신에 대항한 부마민주항쟁
* 군부 독재를 종식시키다시피 한 6월 항쟁
 (혁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직선제 수용 선언'이고 정권이 직접적으로 바뀌진 않았기 때문에 항쟁으로 한 것 같음)







<사태>



<10.26 사태의 김재규>


어떠한 사건의 특정한 목적성이 불분명할 때.

혁명이나 운동과 달리,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그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규정이 힘들 때 보통 사용된다.

예를 들어 10.26 사태의 경우, 김재규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쏘았다'라고 하지만, 그것이 확실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10.26 사태라고 이름 붙이게 됨.

12.12 군사반란의 경우도 군사반란 이후 정권 승계까지 미국과 국민의 눈치를 워낙 오래 봤기 때문에(거의 6개월 가까이를 눈치만 봤다) '사태'라는 애매한 명칭을 붙였었으나, 지금은 짤없이 쿠데타라고 칭한다.

보통 '사건' 자체를 칭하는 명칭으로도 썼지만, 좀 더 분명한 성격을 드러내는 단어로 바꾸는 편이다.


대표적인 사태의 예

*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았던 10.26 사태.
* 중국 민주주의의 꿈을 짓밟은 천안문 사태.
 (목적이 분명한데 왜 사태라 하냐! 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냥 붙였다가 고착된 경우 같음. '운동'으로 부르거나 바꾸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