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 봐주기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알렉산더 어코스타 미국 노동장관이 12일(현지시간) 결국 사퇴했다. 이날 사임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위스콘신주(州) 밀워키로 떠나기 직전 백악관에서 어코스타 장관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서서 공식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어코스타 장관과 함께 기자들 앞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어코스타 장관이 이날 오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사임 의사를 밝힌 사실을 거론하며 "이는 나의 결정이 아니라 어코스타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코스타 장관에 대해 "훌륭한 노동부 장관이었다. 직무 수행을 매우 잘해냈다. 어코스타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엄청나게 유능한 사람이며 하버드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다닌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어코스타 장관은 "장관으로 발탁되기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알지 못했지만 오래가는 관계를 맺게 됐다"며 "경제 상황이 매우 좋다. 이것이 이 행정부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으로 행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기자들 앞에서 악수를 하기도 했다. 그의 사퇴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인 2017년 4월 취임한 지 약 2년 3개월 만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11년 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종신형 위기에 처했지만, 검찰과의 감형 협상(플리바게닝) 끝에 중형을 규정한 연방법에 의한 기소를 모면했다. 어코스타 장관은 당시 감형 협상에 관여했던 검사 중 한 명이다. 어코스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자청, 당시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나는 내 일을 하고 있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 진화를 시도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민주당 등이 사퇴 압박을 계속하는 등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물러났다. 여론이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마저도 어코스타 장관이 정권에 정치적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계속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더는 그를 방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전했다. 이에 더해 어코스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규제 개혁 추진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부 백악관 인사들의 불만을 사 온 상태였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