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에 칠곡면 왜관읍(倭館邑) 석전(石田)4리를 예전엔 '여우골'이라 불렀는데 여우에 관한 전설이 있기 때문 입니다..
옛날, 이 마을에 사냥을 좋아하는 김진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김진사는, 부부간에 금실도 좋았으나, 늦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근심 이었죠..


어느날, 진사가 사냥을 마치고 고개를 넘어 돌아오다, 닭 한 마리를 물고 달아나는 여우를 보았습니다.
이날따라 별 수확이 없던 진사는, 재빠르게 시위를 당겼고 화살은 도망가는 여우를 명중시켜 그 자리에 쓰러뜨렸습니다.



여우가 죽는후 얼마후 진사의 부인에게 태기가 생기기 시작 했습니다..
김진사는 기쁜 마음으로 사냥도 그만 둔체 부인을 잘 보살 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 바라던 옥동자를 낳았죠.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났으나,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 이상한 버릇이 들어 들에 나가 개구리나 뱀을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놀란 진사는 보는대로 꾸짖었지만 고쳐지지 않고, 결국은 동네 사람들은 점점 아이를 이상하게 보기 시적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괴상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약도 쓰고 굿까지 하며 온갖 비방을 다썼으나 효력이 없었습니다.
아들은 커갈수록 남의 짐 담장을 뛰어넘어 가축을 물어 죽이는 등 회괴한 일을 벌이기 시작 했습니다..

결국 김진사는 한 유명한 고승에게 아들을 데려갔고 고승은 자신이 키우는 검은 개에게 한달간 약과 고기를 달여먹인 다음 아들과
하루동안 한방에 두라고 했습니다..
단 하루가 지나기전 그 방문을 보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김진사는 아들을 창고에 가두고 스님이 시킨대로 개에게 약을 달여 먹인 다음 창고에 집어 넣었습니다..
개가 들어간후 밤새 맹수끼리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루가 거의 지나가자 아들의 비명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 했습니다..

그 소리에 걱정된 아이 어머니가 창고문을 살짝 열어서 안을 보려고 했는데 뭔가가 어머니를 밀치고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이후 아들은 그런 버릇이 줄기 시작하여 20살이 되자 늠름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진사 내외는 떳떳이 아들을 장가 보내게 되었음을 기뻐하며, 사방으로 중매를 놓아 적당한 혼처가 생기자 혼례를 올리고, 드디어 신행(우귀)을 하게 되었죠.


외동며느리를 보는 진사집에는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과 구경꾼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그런데 괴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도착한 가마에서는, 얼굴 모습도 똑같은 색시가 두사람이나 나오는 것이 였습니다..
진사 내외는 물론, 모여있던 모두가 어연 실색 했죠..

두 신부는 서로를 진짜라고 했는데 너무나 똑같아서 구분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진사는 하인을 시켜 아들을 고쳐준 고승을 몰래 모셔오도록 했습니다..

하인을 따라온 고승은 두 색시를 살펴보고는, 진사에게 귓속말로 비방을 일러주고 갔습니다.



진사는 장대 세 개를 가져오게 하여, 바깥 마당에다 두 개의 지주를 세운 후, 거기에 하나를 높이 걸쳐 놓고는,

"이 장대를 뛰어넘는 색시가, 진짜 내 며느리다."

하고 두 색시에게 말하였습니다.

행례도 올리기 전에 색시끼리 높이뛰기를 겨루라고 하자, 한 색시는 빨개진 낯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리기만 하는데,
다른 한 색시는 주저없이 높은 장대 위를 훌쩍훌쩍 뛰어 넘어, 구경꾼들은 신기한 듯 환성을 질렀습니다.

바로 그때, 진사는 감추어 있던 낫으로, 장대를 뛰어넘는 처녀의 가슴을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색시는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차츰 누런 암여우로 변해갔습니다.



20년전 닭을 물고가다 죽은 여우의 앙갚음을, 고승의 도움으로 모면한 김진사는 그 후에도 잘 살았으나,
그때부터 비만 오면, 마을 뒷산에서 여우들이 울어대 이 마을을 '여우골'이라 부르게 되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