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니 풀밭이었다. 주변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다. 친한 언니의 신음도 들렸다. 그러나 꼼짝할 수 없었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다리 쪽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팠다." 22일 오전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이모(70·여)씨는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승합차 전복사고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쿵 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충격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순식간이었다. 정신을 잃어 차 안에서 어떻게 기어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승합차는 이날 오전 1시께 충남 홍성에서 출발했다. 그는 "정확히 몇 명인지 모르겠지만, 통상적으로 한차 가득(15명 정도) 타는데 이날도 만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목적지는 강원도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을 틀고 천천히 운전했고, 혹시 운전자가 졸지 않을까 해서 다들 자지 않고 잡담을 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달려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자 일부에서 "아직 멀었냐", "밥도 먹지 못했는데…너무 멀리 괜히 왔다", "다시는 오지 말자" 등의 푸념도 나왔다. 운전하던 아주머니가 "이제 다 왔다"고 말하는 순간 차가 휘청거렸다. 이어 "브레이크가 이상하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운전석 쪽에서 들려왔다. 순간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비명 가득한 아비규환의 사고 현장 한가운데 누워있었다. 그는 "수년간 일을 했지만, 이런 사고는 처음"이라며 "목숨을 구해 정말로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