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20일(각국 현지시간)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전 세계 수백만명의 청소년들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및 아프리카 전역 수천 개 도시를 뒤덮었다. 전 세계 160여개국 수천 개 도시와 마을에서 벌어진 시위의 참가자들은 "당신들에겐 미래가 있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구호로 정치권과 기성세대를 향한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기후행동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CNN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호주 등 부유한 나라들부터 필리핀, 케냐, 우간다 등 제3세계 청년들까지 거리로 몰려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최한 환경단체 350.org는 이날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약 40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시에서는 약 25만명(경찰 추산 6만명)이 로어맨해튼의 좁은 거리를 행진했고,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 등 50개주 전역에서 비슷한 집회가 열렸다. 독일 베를린과 호주 멜버른, 영국 런던에서도 10만명 이상의 청년들이 시위를 벌였다. 미국과 유럽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서울과 도쿄, 타이페이, 방콕 등 아시아 전역에서도 수백명이 모여 기후대응을 촉구했다. 다만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국에서는 집회가 승인되지 않았다.
















각국마다 목표는 조금씩 달랐다. 녹아내리는 빙하에 국가 전체가 가라앉고 있는 솔로몬 제도와 바누아투에서는 해수면 상승을, 전 세계에서 공기질이 가장 나쁜 인도의 청년들은 대기오염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인 호주에서는 석탄 폐지 구호가 나왔다. 그러나 전체적인 메시지는 같았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막을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시위 규모만큼이나 구호도 각양각색이었다. "지금 당장 비상사태를 진압하라"는 진지한 구호에서부터 "이 행성은 내 상상 속의 남자친구보다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농담 섞인 플래카드까지 다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미국 청소년들의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나 태평양 섬나라 청년들의 "우리는 침몰하지 않는다. 맞서 싸울 것"이라는 구호도 눈에 띄었다고 NYT는 전했다. 다나 피셔 메릴린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시위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관된 관심사를 두고 시위가 벌어진 점에 주목했다. 피셔 교수는 NYT에 "분열로 가득한 개발도상국에서 그런 식으로 통일될 만한 이슈는 많지 않다.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의 부담이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짊어져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도 이 사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