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부통령, 국방장관을 대동한 채 대국민 연설에 나서 오후 3시를 기해 24시간 통행금지 조치를 발령하고, 혼란에 빠진 키토 시내의 질서 회복을 위해 군대가 통제에 나서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에콰도르에 24시간 통금령과 군 통제령이 발령된 것은 쿠데타가 빈발했던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 이래 수십 년 만에 처음이다. 모레노 대통령은 "이번 명령은 묵과할 수 없는 폭력 사태에 공권력이 효율적으로 맞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합동군사령부가 필요한 조치와 작전을 즉각 수행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모레노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AFP통신은 시위대가 이날 감사원이 자리 잡은 키토의 정부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마스크를 착용한 수명의 남성 시위대가 해당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물 내부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감사원 건물에 불이 난 직후 키토 시내에 위치한 민영방송 텔레아마조나스와 유력지 엘코메르시오 본사도 습격을 당했다.

















텔레아마조나스는 정규 방송을 중단한 채 복면 괴한들이 돌을 던져 자사 창문을 깨뜨리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괴한들의 공격으로 이 방송국 직원 25명이 긴급 대피했으나,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코메르시오 신문사는 괴한들이 한때 경비원들을 억류했으나, 경찰이 출동하자 달아났다고 밝혔다. 모레노 대통령은 그러나 대국민 연설에서 감사원 방화 공격을 저지른 복면 시위대는 유류 보조금 폐지에 항의하는 원주민 시위대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 방화 사건의 배후로 마약 밀매업자와 조직 범죄단,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추종자들을 지목했다. 코레아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했던 모레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코레아 정부 시절 급증한 공공 부채 감축에 적극 나서면서 코레아 전 대통령과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 모레노 대통령은 미국의 '눈엣가시'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코레아 전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이 원주민 세력을 이용, 에콰도르 정부의 전복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통금령이 발효된 지 몇 시간 만인 이날 밤까지 에콰도르 군대는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격렬히 맞붙은 의회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와 공원 등에 대한 통제를 되찾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부패 사건 수사의 증거물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감사원 건물의 불도 소방대가 진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