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모델의 관계부터 보자면,
아주 간단히 말해서 게임 중에서도 특히 온라인게임과 컴퓨터의 관계와 아주 흡사합니다. 
예보모델 자체는 물리엔진이라던가 현지화되기 전의 외국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게임서비스를 하려면 한국어로 번역을 해야하고,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게 어느정도 손을 봐야겠죠?
그리고 게임을 개시한 후에도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운영노하우를 쌓고 운영매뉴얼도 점점 현장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는 자신의 컴퓨터 사양에 맞춰 게임옵션을 정해야합니다. 무리하게 옵션을 높이면 프레임부터 떨어지고 더 심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방금 일어났던 일을 자신만 몇십초 뒤에 확인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을테니까요.
여러분이 조립컴퓨터를 사용하신다면 컴퓨터부품들 간의 궁합도 중요할 겁니다.
재수가 없다면 컴퓨터 사양은 좋은데 발적화된 게임을 만나는 경우를 겪을 수도 있겠죠. 

이 모든 일들이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모델에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각국에 사정에 맞춰 모델을 수정하고 운영방법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같은 예보모델이라도 나라마다 다른 결과를 얻게되죠.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슈퍼컴퓨터들의 사양입니다. 참고로 슈퍼컴퓨터의 OS는 리눅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네, 그래서 어느정도 손만 보면 슈퍼컴퓨터로 WOW를 돌리는 건 가능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일주일 정도는 일기예보를 멈춰야 하겠지만요. 아마 이 과정에서 슈퍼컴퓨터가 받게 될 과부하는 게임서버롤백의 몇십배가 되지 않을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수치예보모델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수치예보모델이란 지구 전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해양-대지-대기현상을 구현하는 일종의 '물리엔진'입니다.
그리고 지구 상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코딩 덩어리이며 아주 당연하게도 그 내용들은 물리학과 수학으로 도배가 되어있습니다. 일종의 방정식 덩어리입니다.

사용하는 미지수는 딱 7개입니다. u,v,w,p,T,ρ,q
x,y,z축의 속도를 의미하는 u,v,w와 압력p, 온도T, 밀도를 의미하는 그리스문자 ρ(로), 수증기(열)를 의미하는 q
속도, 압력, 온도, 밀도, 수증기인거죠.

아마 이쯤오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이야기를 떠올리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사실 기본 방정식은 7개이며, 형태만 다르게 표현될 뿐이지 모두 고등학교 과정(이과)내에서 배우고 넘어가는 방정식들입니다. 


여기서 오른쪽의 수식은 눈요기로 즐기시고, 그냥 왼쪽 이름만 보시면 됩니다.
ㅇㅇㅇ
방정식은 7개라면서 항목은 5개만 써있는데? 하고 의문을 가지실 분들을 위해 추가로 설명하자면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살기 때문에 좌표축이 x,y,z 3축입니다. 따라서 운동방정식도 사실 3가지 다른 형태를 가집니다.
그렇게 때문에 4+3 = 7개가 되는거죠.

그리고 이 운동방정식은 운동량 보존법칙을 의미하고, 운동량 보존법칙은 여러분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바로 그 '운동량 p=mv' 가 맞습니다. 고등학생이 커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처럼 p=mv도 성장을 합니다.

이런 풋풋한 모습으로 1학년들을 반기지만, 얼마 뒤에는


슬슬 검은 오라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기 시작하구요. 결국에는



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되어 대학원의 지옥문을 지키게 됩니다. 
보세요, '나는 정말이지 토나오게 어렵다' 라는 표식으로 ∇²을 달고 있잖아요. 여러분도 주위의 이공계가 괴롭힐 땐 ∇²을 종이에 써서 보여주시면 퇴치부적으로 효과만점일겁니다. 물론 박사 학위 소지자부터는 면역이 형성되니까 사용을 자제하시구요. 교수를 만났을 땐 그냥 당장 도망치시기 바랍니다.

중간 정리
1. 슈퍼컴퓨터는 사실 방정식 푸는 계산기 셔틀이다.
2. 그 방정식들은 결국 7개의 원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2 캠페인을 진행하다보면 저그와 프로토스를 믹싱한 혼종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런 대사도 나옵니다.
 

네, 그렇습니다. 프로토스 + 저그를 합치면 끔직한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아르타니스는 알게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물리학자들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7개의 방정식들을 몽땅 합쳐버리기로 결심합니다.
끔찍한 존재에게는 끔찍한 이름이 어울리는 법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리치왕와 스컬지는 참 상상력이 더럽게 없다고 봅니다.


여기다가 '예삐' 라니요. 

아무튼 다행히도 물리학자들은 격에 맞는 이름 붙이는 것을 선호하는 존재들이었고


처음 만든 세갈래의 방정식에 '물리과정 세분화' 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누구든지 이름만 들어도 도망갈 수 있는 그런 이름을 붙인거죠. 가끔 저처럼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붙잡히는 바보들도 존재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삼국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세상에는 솥발처럼 나뉜 것들만 보면 그대로 놔두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하나로 합치고 싶어하는 합체성애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네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그런 사례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솥발처럼 나뉜 저 세 가지 식들을 이용해서 하나의 식을 도출해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성공합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불쾌해지는 이 식은 행운의 편지와 비슷하게 런던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유럽식 수치예보모델의 핵심축이 되는 방정식입니다. 세계최고의 예보수준을 가졌다는 ECMWF(유럽중기예보센터)의 수치예보모델이 사용하는 골격이 되는 식인거죠. 

그리고 '유럽식'이라는 말이 있다는 소리는 다른 방식도 존재한다는 소리겠죠?
 유럽식에 이은 다른 방식을 개발한 국가는 

당연하게도 미국입니다. 미국의 수치예보모델은 유럽식과는 매우매우 다르거든요.
재미있게도 두 나라의 수치예보모델을 분석하다보면 두 국가의 사고방식이 엿보이는데요.......마저 쓰기에는 분량이 애매할 거 같아 여기서 글을 끊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식의 용도를 마저 설명해드리고 미국식 일기예보를 이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우리나라 기상청이 개발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도 기본원리는 유럽식과 미국식 중에서 한 곳의 원리를 택했는데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은 유럽과 미국 중 어느 곳의 기법이 들어갔을거라 생각하시는지 여러분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유럽 + 미국 혼종은 아닙니다.) 

현재 수치예보모델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포함해서 8개국이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쉽게말해서 예보용 프로그램이 딱 8개 있는 셈이죠. 하지만 그 기본 기법종류는 단 2종으로 EU식(영국도 유럽과 같은 기법)과 US식만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