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이날 민주·공화 양당의 하원 지도부와 회동을 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조사를 선언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였다. 트럼프와 민주당 지도부가 이 만남에서 가장 크게 맞붙은 것은 터키 문제였다. 트럼프가 시리아 북부의 미군을 철수시켜 터키의 침공을 사실상 용인한 것을 놓고 민주당 측은 맹비판을 가했고, 트럼프도 격분해 맞받아쳤다. ‘네 탓 공방’만 하며 만남은 끝났다. 펠로시는 회동 뒤 “트럼프 대통령이 멜트다운(meltdown) 한 것 같다”며 자제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의회는 시리아 철군을 철회하라는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트럼프는 늘 그렇듯 트위터에 펠로시 비난글을 올렸다. “낸시 펠로시는 도움이 시급하다. 오늘 백악관에서 완전히 멜트다운됐다. 보는 게 슬펐다. 아주 아픈 사람이니 그를 위해 기도하자.” 대통령이 하원의장에게 하는 말이라 보기엔 극히 원색적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라도 하려는 듯, 회동 도중 펠로시가 일어서서 말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까지 업로드했다. 지난 1월 연방정부 셧다운 등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와 민주당 지도부가 백악관에서 만났을 때에도 트럼프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 회동이 30분만에 결렬됐었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에게도 막말을 퍼부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인 그레이엄은 공화당 중진이자, 의회 내 ‘트럼프의 우군’으로 꼽혀왔던 사람이다. 그런 그레이엄이 터키의 시리아 침공 문제에 대해 트럼프의 조치를 비판하자 트럼프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그레이엄을 맹비난했다. “앞으로 천년 동안 중동에나 가 있으라”고 했다.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멤버인 터키나 시리아와 전쟁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냥 그들끼리 싸우게 놓아두라. 우린 군인들이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과 쿠르드 문제, 터키의 침공과 반인도적 행태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그레이엄은 트위터에 “최고사령관(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피 흘려 얻은 땅을 적에게 넘겨주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트럼프의 비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디어로도 향했다. 17일 새벽(현지시간)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었던 동안에 시리아인 50만명이 숨졌다. 미디어는 7년 동안의 학살보다 지난 72시간 동안 벌어진 일에 더 분노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시리아 문제와 함께 트럼프를 골치아프게 하는 또 다른 이슈는 의회의 탄핵조사다. 그는 탄핵조사를 이끌고 있는 민주당의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비난하는 글을 또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하원의 공화당원들, 정직한 민주당원들은 쉬프가 불법 조사를 못 하게 막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라”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