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불륜전력이 있는 아버지와
그로 인해 의부증이 생긴 어머니
서로를 의지하며 자란 나이차가 제법 되는 누이가 있는

20대 중반 청년입니다

속시원히 털어놓고 의지할 곳이 없어
이 곳에 제 이야기를 씁니다

누나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해
어머니가 친정으로 돌아가시자
며칠간을 아버지의 내연녀의 집에서
사실상 방치되었던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한번 생겨난 불신은 저의 성장과 함께 자라났으며

저는 8살 때 처음 어머니께 저 때문에 이혼을 못 하는 거라면
후회하지 말고 이혼하라는 말을 뱉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들은 시간이 지나며 파편이 되어 대부분 흩어졌고, 지금 돌이켜봐도 순간들, 조각들에 불과합니다

저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서 게임 속으로 도망쳤고
그 과정에 부모님 돈에 손대서 현질도 많이 하고
부모님 속도 많이 썩이고 부모님이 나를 키우는 것이
노후를 위해 투자하는 게 아닐까 하는 못된 생각도 했습니다.

물려받은 머리가 좋아 그나마 상위권을 지키던 성적이 떨어진 것도
중학교 즈음 집에서 물건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즈음이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면 싸움으로 번지니
저는 항상 제 생일 케이크 앞에서 울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 생일을 싫어합니다

집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그 때 처음 하였습니다
빠른 독립을 위해 고등학교 진학으로 마이스터고를 희망하였으나
부모님의 강경한 반대로 집근처의 명문있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홧김에 크리스마스 전날 처음으로 가출했습니다
홧김에 나왔으니 입고 나온 옷도 형편없고 필요할 때만 용돈을 받아쓰던 형편이라 수중에 있던 돈도 5천원 뿐이었습니다
다음날 모두가 집을 비울 시간에 잠시 들려 필요한 것들을 챙겨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은 못해도 좋으니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핸드폰 배터리를 뽑아놓고 일주일을 오피스텔 비상계단을 전전하며
일자리를 구했지만 미성년자는 부모님 동의 없이 일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을 뿐이었습니다
피시방에서 알바를 구하던중 받은 전화에서 들려오던 엄마가 울고계신다는 누나의 목소리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2학년이 되자마자 가출사연을 알고 계신 2학년 담임 선생님이
교내 상담실을 제안해주셨습니다
2~3 학년 내내 게임은 회피일 뿐이라던 상담사님의 진심어린 조언들은 제 성적에는 큰 힘이 되어주시진 못했지만
스스로를 충분히 돌아보고 제 가족과 저 스스로의 문제를 그래도 비스듬하게라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입시는 정말 말그대로 절대 붙을 리 없던 서울 상향지원 4개와
무조건 붙을 수 밖에 없던 지방 대학 2개를 지원하였습니다
가족과 떨어지기 위한 저 스스로의 선택이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살던 2년 동안 정말 오랜만의 해방감과 행복을 느꼈고 게임 외에 새로운 취미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입대 직전 집에서 보낸 한 달은 어떻게든 빨리 독립을 해야겠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군에서 말뚝을 박으려 했으나 여러 악재가 겹쳐 뜻대로 되지 않고
지난 5월, 집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맞이 한 제 생일 전날,
아버지와 어머니 간의 갈등으로 시작된 싸움 끝에
아버지는 말리던 제게 식칼을 가져와 들이밀며
아버지 본인을 찔러 죽이라고 하셨습니다

경찰을 불렀고 접근금지 한달을 받았습니다
한달동안 마음을 정리하고 제가 유일하게 집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대학 주변으로 내려와 지금은 아담한 술집의 매니저를 맡고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도 아직 못했는데 혼자서는 장학금을 받더라도 독립에 충분한 경제활동과 학업을 동시에 못할것 같아 일단 접었습니다
대신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위해 내년 초 즈음으로 호주 분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머니께서 고모 쪽 오촌의 결혼식에 부르셨고
주말에 바쁘고 낮에 자는 제 직업 특성상 갈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무리를 한다면야 갈 수 있었겠지만
내심 '제게 칼을 들이민 자' 의 아들 역할놀이를 하기 싫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집안 사람들은 접근금지에 대해 모릅니다)

결혼식 다음 날 어머니께서 보내신 문자 내용은
집안 남자들 중에 당신의 남편과 저 빼고 모두 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말씀드리고 나름대로 실천했지만
어머니는 결국 또다시 저를 그사람과 엮었습니다

결국 그 사람에게도 안한 번호 차단을 어머니께 했습니다
어머니의 제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안일한 생각과
전혀 공감하지 않으시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씀들이
저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십수년을 서로 의지하고 살은 누나에게 연락이 왔네요
어머니까지 등진 저는 정말 호로자식이라고...
혼자서 잘먹고 잘살라고...
1이 없어지지 않는걸 보면 아마 누나가 절 차단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퇴근하면 소주 한두병 편의점에서 사가야 될 것 같습니다

기분만큼이나 엉망진창이었을 글 읽어주신 분이 있으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