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191019030309242


뇌사 아들 장기로 7명을 살렸는데 '자식 판 잔인한 어미'라니..



장기 기증 후진국, 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장기·조직 기증에 있어서만큼은 최하위다. 한 나라 인구가 100만명이라고 했을 때, 뇌사 장기 기증한 사람이 한국은 8.6명(2016년 기준). 같은 기간 스페인은 우리나라보다 5배(48명), 미국은 4배(33명) 더 많았다. '부모가 준 신체를 훼손하면 안 된다(신체발부 수지부모)'는 유교 사상이 강하게 자리 잡은 탓일까.

2011년 아들의 장기와 인체 조직을 모두 기증한 장모(75)씨는 "30대에 갑작스레 떠난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미가 돼 어떻게 잔인하게 그러느냐' '돈 받고 장기 판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날아들었다. 장씨는 "내가 나쁜 엄마일지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3년간 기증한 병원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나 잘한 거 맞나요?'라고 묻고 다녔다"고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많은 유가족이 이런 시선 때문에 힘들어한다"며 "인식 변화를 위해 어린 학생들을 위한 캠페인을 하면 당장 부모들이 전화해 '왜 그런 걸 가르쳤느냐'고 할 정도"라고 했다.

거의 유일한 현금 제공국

2010년 세계이식학회는 한국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뇌사 기증자 가족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통해 장기 기증 정책을 장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위로금'이라는 이름으로 유가족에게 740만원을 지급하고 있었다. 기증자 수가 적은 인체 조직 기증은 180만원이 추가돼 920만원이 나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현금 지급은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훼손할 뿐 아니라 유가족의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고, 스스로 그 돈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권고에 따라 정부는 2018년 위로금을 없앴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름이 바뀌었을 뿐 금전성 정책이 여전히 유지된다고 본다. 위로금 대신 장제비 명목으로 장기 기증은 360만원, 인체 조직까지 기증하면 추가로 180만원의 지원금이 나가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장제비가 실비로 지원되거나 위탁해서 장례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장례가 끝난 뒤 통장에 현금이 입금된다"며 "장제비 명목이라면 금액이 다 똑같아야지 기증자가 적은 인체 조직에 장제비를 더 주는 건 현금 유인성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어떤 형태든 금전을 지급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자긍심 높여주는 방향으로

장씨가 위로를 받은 건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병원에서 이○○, 김○○ 등의 긴 명단을 본 후였다.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이었다.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는 2016년 3만286명에서 2017년 3만4187명, 2018년 3만7217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반면 뇌사 기증자는 2016년 573명에서 2017년 515명, 지난해 449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그 명단을 보고 나서야 장씨는 아들이 한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알았다고 한다. 장기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은 "결국에는 유족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식인과의 서신 교류나 유가족 심리 상담, 추모 공원 등이 그 방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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