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직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이 역대 미 대통령들의 수많은 비리와 견줘봐도 두드러지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이 부정확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관련 정보를 토대로 이라크를 침공했던 것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파키스탄 등에서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폭격을 해 논란이 됐던 점이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소행보다는 낫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페인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는 한 미국 선거에 개입해 자신의 정적을 공격해 달라고 외국에 요청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게 미국을 뒤흔든 스캔들로 하원 탄핵 조사 대상이 되자 결국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에 비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이 더 심각하다고 페인터는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받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압도적"이라면서 이는 닉슨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증거보다도 훨씬 강력하다고 말했다. 닉슨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외세를 끌어들여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정치적 맞수를 공격하려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페인터는 설명했다. 페인터는 "닉슨 역시 거짓말쟁이(crook)였지만, 적어도 그는 '우리' 거짓말쟁이였다. 외국 정부와 손을 잡고 같은 미국인을 배신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의 중대한 범죄와 비행을 저질렀으므로 탄핵을 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한 범죄와 비행'이란 미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등 공직자의 탄핵 사유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이 올해 말까지 탄핵 절차에 박차를 가해 늦어도 내년 봄에는 상원에서 이를 논의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늦어질 경우 내년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일 우려가 있어서다. 공화당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무조건 트럼프 대통령을 지킬 수만은 없다는 견해가 일부에서 새어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