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기체계 경험담 '개인화기편'을 작성했었는데요,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오늘은 수색대 출신이 적는 한국군 무기체계에 대한 솔직한 경험담 '공용화기편'을 써봅니다.


우선, 공용화기가 무엇인지 생소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소부대에 편제되어 팀 단위로 운용하는 화력지원용 중화기들 입니다. 여기엔 중기관총부터 대전차 직사화기까지 다양한 대형 쇳덩이들이 속합니다. 화기중대 출신이신 분들은 자주 보셨을거에요.

보병 개개인이 지니고 다니는 소화기인 개인화기와 상반되는 개념이죠.


개인화기와 비교해봤을때 크기와 무게가 상상 이상으로 차이가 나구요, 훨씬 큰 구경의 탄약을 사용하여 화력도 넘사벽급으로 차이가 납니다.

대신 그만큼 분해조립, 총기수입 및 관리가 훨씬 어렵고 까다로운 편이며. 실사격때 운용병들의 부주의하면 심각한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GP라는 곳은 DMZ 내에 위치한 일종의 최전방 감시초소 및 화력투사 진지 개념으로써, 소대 하나가 투입되어 작전하지만, 다양한 공용화기가 배치되어서 투사 가능한 화력은 일개 소대를 훨씬 초월합니다.

그에 따라서 수색병들은 작전 투입전에 다양한 개인화기와 더불어 다양한 공용화기체계를 완전숙달합니다.

오늘은 제가 충분히 다뤄보고, 쏴보고, 굴려본 이 공용화기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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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 경기관총

사실 이녀석을 개인화기편에 넣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그래도 나름 보병교리에 의하면 사수 + 부사수 편제로 운용되는 무기라서, 공용화기 편에서 다뤄봅니다. 그래도 명색이 기관총이잖아요 ㅋㅋㅋ

군필자 분들이 케이쓰리 하면 제일 먼저 이야기 나오는게 탄걸림입니다. 탄통엔 보통탄이 무려 200발이나 들어가면서, 정작 몇발 쏘면 기능고장이 나서 완자동 사격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경험상, 반은 맞고 반은 틀린것 같습니다.


제가 실사격때 처음 다뤄봤던 케이쓰리도 문제가 많은 녀석이라 다섯발 쏘면 걸리고, 재장전하고 또 몇발 쏘면 걸리는, 도저히 기관총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쓰레기였어요. 용사들이 사비 털어서 샀던 WD40을 떡칠해야 그나마 몇발 나가는 총이었어요.

기능고장이 잦은 케이쓰리들을 모아다가 병기 이동정비때 정비를 맡겨도, 결국 돌아오는건 똑같은 똥총이었죠.

그러다가 군생활 중반쯤에 대대적인 기관총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새로 받은 K3들은 총번이 3000번대로 시작하는 녀석들이었고, 총몸에 페인트칠도 K2C1 마냥 간지나는 무광흑색이었죠.

새로 받은 K3를 가져다가 실사격을 나갔는데, 정말 200발 탄통을 단 한번의 기능고장 없이 비웠습니다.

정비창에서 나오신 간부분들이 해준 얘기에 따르면, 새로나오는 K3는 실로 문제가 없는 녀석들인데, 기존의 문제많은 K3를 정비할때 밑판틀, 차개 슬라이드, 덮개 등등 중요 부품들을 신제품과 섞어 땜빵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이런 문제들을 싹 다 뜯어고쳐서 아예 K15 라는 새로운 제식명으로 생산하는 2세대 경기관총이 예정되어 있으니, 기대해봐도 좋을거 같네요.

아무튼 계속해서 케이쓰리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수색대 K3는 PVS-05K 라는 기관총 조준경을 달아서 운용합니다. 사이즈는 무슨 별자리도 볼 수 있을거 같은 녀석인데, 정작 배율은 4배율 밖에 안됩니다...

PVS-05K는 K3 뿐만이 아니라 K4, K6 전용 모델도 존재하는 기관총 전용 감시장비입니다. 각 모델마다 차이점은 조준 망선 밖에 없어요. 주간은 물론, 05K 뒷부분 접안렌즈를 배터리가 내장된 야간부로 교체하면 야간투시경처럼 야간 운용도 가능합니다.

케이쓰리 전용 05K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어요... 우선 저 답도 없는 크기와 무게가 운용할때 진짜 짜증납니다. K14 스코프도 저렇게 투박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K4, K6용 05K들은 문제가 없었는데, 유독 K3 전용 05K만 영점이 항상 안맞았었습니다.

레일의 문제인지 감시장비 자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사격할때 크리크 조정을 하지 않고, 부사수가 불러주는대로 오조준 사격을해서 표적을 맞추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그 밖에 좋은 특징이라면, 저렇게 탄통대신 K1, K2 탄알집을 꽃아서 사격할 수도 있고, 레버 하나만 젖히면 운반레버를 이용해서 빠르게 총열 교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가스조절기를 돌려서 연사속도를 바꿀수도 있어요. 실제로 가스마개를 '강'에 두면 평소보다 겁나 빠르게 나갑니다.

전군에 이미 보급되어 있는 K3가 모두 정상작동하는 녀석이라면 괜찮겠지만 현실이 시궁창인 관계로, 빨리 K15가 보급되어 K3를 대체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05K 대용 조준경도 좀 같이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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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4 고속유탄기관총

40mm 유탄을 연발로 갈길 수 있는 미친 화력을 자랑하는 녀석입니다. 여기서부터 진짜 화력과 무게 부문에서 공용화기의 위압감이 나타나기 시작해요.

K4는 탄약 구경과 반동이 워낙 크다 보니까 내부에 복좌용수철이 두개나 있습니다. 따라서 장전손잡이도 양쪽에 두개나 있어요. 진짜 힘줘서 당겨줘야 하고, 힘을 적거나 애매하게 줘서 노리쇠뭉치가 중간에 걸리면 그날부로 김병장한테 존나게 맞는거에요.


특이한 무기다 보니까 장전방법도 특이합니다.

삽탄 후 장전손잡이를 당겨 약실에 한발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게 일반적인 총이라고 치면, 케이포는 장전을 1차장전 후 2차장전으로 두번을 해야합니다. 링크에 있는 유탄 하나발을 분리하는게 일차장전, 그리고 분리된 유탄을 약실에 밀어넣고 차탄을 링크에서 다시 떼어내는게 2차장전이죠.

장전방식이 독특하다 보니까 비사격술 숙달을 할때 실수해서 많이 혼나기도 했던 그런 녀석입니다...


케이포가 사용하는 M3 삼각대는 케이식스와 호환이 가능하고, 아까 케이쓰리 쪽에서 말했던 PVS-05K 주야간 감시장비를 운용합니다. 케이포랑 케이식스의 05K는 정말 문제 없었어요. 실사격때 조준하는대로 잘 맞았고 내구성이 정말 튼튼합니다.

내구성이 얼마나 튼튼하냐면, 겨울 GP작전때 실온도가 영하 31도까지 내려가는데, 그 극한의 기후에서도 야간렌즈가 얼어붙거나 안켜지는 일이 없었어요. 근데 케이쓰리 05K는 맨날 말썽임...


실사격을 해보면서 느낀거는,... 진짜 케이포 반대편에 있으면 죶되겠다 이거였어요. 공용화기 사격장 표적이 약 1.8 키로미터나 떨어져 있어서 펑펑펑펑 쏘고 나면 한 5초 정도 후에 착탄이 됩니다. 표적이 그냥 초토화되요. 그리고 또 몇초 정도 후에 착탄음이 쾅쾅쾅쾅 들리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정말...

하지만 쏠때만 신나지.. 저거 공용화기 사격장까지 도수운반을 해야하는데, 총몸 무게만 34 키로그램이에요 ㅋㅋㅋㅋㅋ

케이식스처럼 총열 분리도 안되서, 얄짤없이 한명이 포군장 몰빵을 해야하는데 진짜 저거 짊어지고 산 오르면 죽음입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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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6 중기관총

K4와 더불어 GP의 화력을 책임지는 녀석입니다.

이녀석이 진짜 공용화기의 로망입니다. 12.7mm 철갑소이예광탄을 갈겨대는 진짜 '중'기관총이죠. 케이포랑 비슷하게 줮빠지게 짊어지고 공용화기 사격장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설치하고 마침내 표적을 향해 납덩이를 갈기던 쾌감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케이포와 비교가 안될정도로 총성이 큽니다. 3M 귀마개를 껴도 철판이 찢어지는듯한 굉음이 울리고, 격발의 반동에 사수 중심으로 모래먼지가 퍼지면서 지축이 울립니다. 정말 끝내주는 경험이었어요.


기보나 기갑을 나오신 분들이라면 장갑차나 탱크 위에 달려있는 꼴로 더 자주 보셨을테지만, 보병부대에선 순수하게 사람이 운용합니다 ㅋㅋㅋ 그나마 총열이 분리 가능해서 케이포보단 무게 분담이 가능하다는게 이점이죠. 근데 총열도 미친듯이 무겁습니다...

원판인 MG50과 차이점이라면 빠른 총열분리가 가능합니다. 장갑을 끼고 총열을 빙빙 돌려 뺄 필요없이, 사수가 노리쇠를 조금 당겨주는 상태에서 케이쓰리 마냥 손잡이를 잡고 살짝 꺾어서 빼면 바로 빠져요.


GP에서 운용하는 K6는 적 GP 타격임무 뿐만이 아니라, 유사시 대공사격 임무도 병행하게 됩니다. GP마다 적 저고도 항공기나 무인기 침입시 대응하기 위한 대공사격 진지가 준비되어있어서, 대공 상황이 발생하면 K6 운용병들이 직사 준비상태로 미리 거치되어 있는 떼어다가 대공거치대로 옮겨 설치합니다.

한마디로 '적 무인기 남하 시나리오'로 FTX하면 K6병은 줮빠지게 1분내로 저 쇳덩이를 진지전환 시켜야해요 ㅋㅋㅋㅋ
여기서 시간측정으로 선임사수와 후임사수의 짬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죠.


케이식스는 일반적인 총들과는 다르게 직접적인 안전장치가 없습니다. 조정간이 없어요.

부대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저희 부대는 부수적인 안전장치로 공탄피를 운용했습니다. 공탄피가 뭐냐면, 거치되어 있는 K6 탄약 링크 선탄에 탄두가 없는 공탄피를 끼워놓은겁니다. 실수로 장전했을때 오발사고가 나는걸 막기 위함이죠. 따라서 실제상활때 K6를 사격하려면 장전을 두번해서 공탄피를 강제 배출하고 쏘는겁니다.

공용화기들이 항상 적을 조준한 상태에, 탄약도 거치 및 장전된 상태로 있는 GP의 특성상 이런 부수적 안전장치를 하는 경우가 많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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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mm 무반동총

멀쩡한 90미리, 106미리 무반동총 놔두고 왜 하필 57미리를 GP에 배치하냐고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텐데. 한국군의 GP는 작전교리상 북한의 GP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겁니다. 따라서 GP 내에 배치하는 공용화기들도 적이 배치한 것과 동급 동량으로 배치하는것이 원칙입니다.

K4는 북괴군의 30mm 기관포의 대응화기이고
K6는 북괴군의 14.5mm 고사총의 대응화기이며
57mm는 북괴군의 82mm 비반충포를 대응하기 위해 DMZ내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실 57mm의 화력은 당연히 북한의 82mm보다 열세입니다.
하지만 정전협정에 의거하면 DMZ내에 구경 60mm를 초과하는 중소화기는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UN에서 정해놓은게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걸 준수하는거고, 북한놈들이 그걸 어기는겁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세계2차대전때 미군이 쓰던 고물을 GP에 들어놓은거죠....

심지어 57mm는 지금 탄약도 생산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GP에 있는것들이 마지막 재고에요. 따라서 실사격훈련도 1년에 한두번 꼴로 적게 합니다. (사실 탄약량도 문제지만, 57mm의 노후화에 따라 신뢰성 문제도 있어서 그래요 ㅠㅠ)

실사격때는 이게 제발 약실에서 폭발하지 않기를 빌면서 방아쇠를 당기던게 기억나네요 ㅋㅋㅋㅋ

노후화로 인해서 관리 문제가 많은 녀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은 무반동총이라 화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콘크리트 건물 표적을 한방에 무너트렸어요.




..

아무튼 적고 나서 보니까 옛 추억이 막 떠오르네요 ㅋㅋㅋ

위에 적은것들 말고도 팬져파우스트-3, 메티스-M 대전차미사일도 교육 받았었는데 걔들은 실사격 경험이 없어서 뺐습니다.

궁금하신거 있으면 댓글에 적어주세요 ㅋㅋㅋㅋ

다음엔 무기체계 '감시장비편'으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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