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면담 전망에 대해 "최대한 대화가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대화를 좀 세게 하자' 정도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이 총리는 전날 저녁 일왕 거처 고쿄(皇居)에서 열린 궁정연회에 참석한 후 이날 새벽 숙소인 뉴오타니 호텔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상황이 어떤지를 이미 다 알고 왔는데 드라마틱하게 단 말 몇 마디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아베 총리와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면담 시간이 '10분+α'로 예정된 데다 아베 총리가 각국 대표단과 면담을 이어가는 도중에 이뤄지는 만남인 만큼 강제징용, 수출규제,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내가 먼저 무슨 각론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며 "(일본 측에서 먼저 말을 꺼낼 경우) 한국 사정을 모르고 말한다면 그 제안의 맹점이나 왜 한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하는 설명을 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정도이지, 무슨 합의가 되거나 하는 정도까지 나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궁정연회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짧은 인사도 나눴다고 소개했다. 아베 총리 내외가 서서 외빈들과 악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 총리와도 인사를 나눈 것이다.

















이 총리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먼저 "모레 만납시다"라고 말했고, 이 총리는 "모레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는 "(만난 지) 오래지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옆에 서 있던 자신의 부인도 이 총리에게 소개해줬다고 한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짧은 대화 분위기에 대해 "괜찮았다"며 "오랜 친구까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밝았다"고 말했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는 과거 사적·공적으로 여러 차례 만난 인연이 있다. 이 총리는 연회에서 만난 나루히토(德仁) 일왕에게는 "지난해 3월 브라질에서 본 이래 다시 뵙게 돼서 기쁘다"라고 인사했고, 나루히토 일왕은 "아 브라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당시 브라질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대화를 나눴으며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이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과 헤어지면서 "다시 뵙기 바랍니다"라고 인사했고, 나루히토 일왕이 "건강하세요"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일왕과의 대화는 장내에 통역이 없는 관계로 일본어로 이뤄졌다. 이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의 장인인 오와다 히사시(小和田恒) 씨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기자들에게 언급했다. 유엔주재대사를 지낸 오와다 씨가 일한포럼(한국에서는 한일포럼)의 일본 측 회장을 할 때 당시 이 총리가 그 멤버였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전날 정계·학계·언론계 인사 등 3명을 비공개로 면담했고 방일 기간 추가 비공개 면담이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