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하루 앞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일본의 변화가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수 없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상임위 회의 종료 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지소미아는 내일 종료된다"고 말했다. 막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여지를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이대로 23일 0시를 기해 효력이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청와대도 종료 직전까지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날 NSC 회의에서도 '선(先) 일본변화'의 원칙을 고수한 만큼 절충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날 발표한 상임위 회의 결과 보도자료에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사실상 지소미아 종료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오늘 (일본과의 협상이) 진전이 없으면 내일은 (진전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고민"이라며 여건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지소미아 종료를 눈앞에 두고도 '원칙'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번 사안이 양국의 무역문제에 더해 역사문제와 사법부 독립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중대한 이슈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여기서 물러설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이 더 크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인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일본 정부는 안보상 문제를 이유로 수출규제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3개월 동안 일본의 조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측에서만 뒤로 물러선다면 이후 일본과의 협상 과정에서 단숨에 수세적 위치에 놓이면서 수출규제 해법 논의는 물론 강제징용 해법 등에서 계속 끌려다닐 우려가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역시 지난 15일 MBC라디오에서 "한일관계에 아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작정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한다면, 이는 8월 청와대가 내린 결정이 신중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계속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일본 정부가 제대로 호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종료 결정을 철회할 명분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보낸 바 있으며, 이달 4일에는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 태국의 노보텔 방콕 임팩트의 정상 대기장에서 아베 총리를 이끌어 약 11분간 즉석 대화를 한 바 있다. 이런 노력에도 일본 정부의 가시적인 태도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일본 정부가 외면하고 있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청와대의 '원칙론'에는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태세에 미칠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