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독일 중남부 도시 모스바흐에서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독일군 병영으로 쓰이다 버려진 듯한 시설에서 예닐곱명의 사람이 군복 같은 옷차림에 공격용 소총으로 보이는 무기를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한 채 작전 대형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독일 <아아르데>(ARD)의 시사프로그램 ‘모니터’ 제작진이 인터뷰한 군사 전문가들은 문제의 동영상 장면을 분석한 뒤 “전투훈련”이란 결론을 내렸다. 독일에서 전투훈련은 현직 군인과 경찰, 또는 당국의 감독을 받는 민간보안업체들에만 허용된다. 모스바흐에서 있었던 ‘군사 훈련은 민간 네트워크 조직인 ‘유니테르(Uniter, 단합자)’가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니테르의 창설자 안드레 슈미트는 독일 특수군 사령부(KSK) 출신으로, 지금은 독일 전역에서 활용되는 텔레그램 메신저에 대화 그룹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본인은 대화방에서 자칭 ‘한니발’로 통한다. 한니발은 기원전 3세기 로마제국과 맞붙었던 카르타고의 명장 이름이다. 위 그룹에는 ‘프레퍼’로 불리는 하위 그룹들이 조직돼 있는데, 이들은 ‘현재 지배적인 사회질서의 붕괴’에 대비해 그에 대응하는 인프라 구조를 설립하는 계획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그룹 대화방은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적극적인 난민 수용 정책이 독일 사회에 논란이 되던 때에 동서남북으로 분화돼 뻗어 나갔다고 한다. 그룹 회원들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있을 경우 자신들의 무기와 탄약, 식량 공급 확보를 어떻게 할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아르데>와 <가디언>이 입수한 음성 녹음 파일에는 슈미트가 “(이 훈련의 목적은) 독일 전역, 또는 어디든 용이하게 파병할 수 있는 훌륭한 보병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 그룹의 내부 문건에도 군사 훈련을 “전투원 파이프라인 훈련의 일부”로 표현한 대목이 나온다고 한다. “최후의 국면에서 소총과 권총을 다룰 수 있고 근접전투나 도시 시가전에 훈련된 ‘전투태세가 갖춰진 전투원’들을 양성하도록 디자인된 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단지 “상상 실험”이었다고 주장한다. <아아르데> 방송팀과 접촉한 슈미트는 모스바흐에서 진행됐던 훈련은 의료 구급 훈련이었으며 실제 살상무기가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용 압축공기총이라고 주장했다. ‘보병부대 양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슈미트는 “유엔의 임무인 인도주의적 맥락에서 응급 의료 대응팀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