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며 일으킨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사실 조작된 전쟁이었다고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아프간전에서 미국이 승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조작된 정보를 발표하며 전쟁을 '장밋빛'으로 포장해왔다는 것이 요지다. WP는 아프간전에 직접 관여한 미 고위 당국자, 군 장교, 외교관 등을 인터뷰한 2000쪽이 넘는 자료를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입수, 이를 분석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프간전은 미국이 9·11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의 위협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2001년 9월26일 아프간을 침공하며 시작된 전쟁이다.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미국 특수부대 공격으로 사망했지만, 탈레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아프간에 군병력과 장비를 꾸준히 투입하며 1조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간에는 현재도 1만3000여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 중이다.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아프간전 고문 역할을 했던 더글러스 루트 장군은 "우리는 아프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다"며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에서 일했던 네이비실(Navy SEAL·해군 특수부대) 소속 제프리 에거스는 "아프간에서 미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를 생각하면 오사마 빈 라덴은 무덤에서 아마 웃고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인터뷰를 한 다른 고위 관리들도 알카에다를 몰아내고 탈레반을 축출한 뒤 아프간에서 미국의 무엇을 전략과 목표로 삼았는지 분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털어놨다. 그러나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미 정부는 관례적으로 통계자료를 왜곡해왔다는 사실을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이들 인터뷰는 당국자들이 거짓임을 알고 있음에도 '장밋빛 성명'을 발표했고, 전쟁에 승산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를 숨겼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