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의원 주민소환 투표를 앞두고 시의원이 물러나야 한다는 청구인 측과 부당하다는 시의원 측이 맞서고 있다. 11일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는 이달 13∼14일 사전투표를 거쳐 18일 시의원 주민소환투표가 이뤄진다. 이번 주민소환투표는 오천읍 시의원 3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칠용 의원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소속인 박정호, 이나겸 의원을 대상으로 한다. 남구 오천읍 주민이 구성한 '오천SRF반대 어머니회'는 7월 말부터 오천읍과 가까운 남구 호동 생활폐기물 에너지화시설 가동과 관련한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시의원 대상 주민소환 청구에 나선 바 있다. 애초 이 단체는 올해 상반기부터 포항시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에서 다이옥신과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악취가 난다며 집회나 기자회견을 통해 포항시에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항시는 대기오염물질이 기준치 이내로 조사됐다며 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는 2016년 6월부터 포항철강산업단지가 있는 남구 호동 4만5천㎡ 땅에 민자 826억원을 포함해 정부·시 예산 등 1천534억원을 들여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을 지어 올해 2월부터 상업운영에 들어갔다. 생활폐기물에너지시설은 주민이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를 땅에 묻는 대신 고형연료(SRF)로 가공한 뒤 850∼900도 열로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시와 마찰을 빚던 오천SRF반대 어머니회는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가동 중단이나 폐쇄 이전을 촉구해야 할 시의원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며 주민소환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주민소환투표는 경북 첫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투표를 앞두고서 주민소환투표를 끌어낸 청구인과 투표 대상자인 2명의 시의원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청구인인 오천SRF반대 어머니회는 오천읍 곳곳을 돌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 단체는 공원에 천막 사무소를 설치했지만 포항시가 불법이라며 철거를 촉구함에 따라 9일 오전 철거했다. 대신 길가에 세워둔 승합차에 투표일을 알리고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유해성을 알리는 홍보물을 붙여놓았다. 이들은 "포항시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로 주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오천읍민이 투표해 울분과 분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민소환투표 청구 단체는 명함이나 쪽지를 나눠줄 수 없고 어깨띠를 할 수 없어 투표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양은향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는 "시의원들은 얼굴이 알려졌으니 운동하기 쉽지만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선거운동을 하는지 알리기가 어려워 힘이 든다"며 "주민소환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주민이 많아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경로당 등 주민이 모인 곳에 찾아가 정당성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소환투표 대상인 2명의 시의원은 억울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이들은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반대 단체가 그동안 시의원과 어떤 논의도 한 적 없고 집회 참석을 요청한 적도 없었는데 집회 불참을 직무유기와 책임회피란 억지주장으로 주민소환을 제기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2명의 시의원은 오천읍내 한 곳에 사무실을 마련하고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를 거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이 모이는 장소에 가더라도 직접 연설을 하는 대신 주민투표가 부당함을 알리는 영상을 트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해왔다. 이들은 "청구인 단체는 대표자 8명이 돌아가며 유세차에 타고 홍보할 수 있지만 시의원은 직접 유세차에 타야 영상을 틀 수 있어 현재 선거운동 방식이 불공정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