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도시 피아첸차의 리치 오디 갤러리 앞 정원에서 가지치기하던 한 인부는 작업 도중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발견했다. 갤러리 건물 외벽을 덮은 담쟁이덩굴을 손보다가 우연히 금속으로 된 작은 문을 보게 됐고, 그 문을 열자 협소한 공간 안에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그림 한 점이 있었던 것이다. 인부는 "쓰레기가 들어있는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봉투 속을 들여다봤는데 놀랍게도 그림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부로부터 신고를 받은 갤러리측도 그림을 보고서 소스라치게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약 22년 전인 1997년 2월 갤러리에서 도난당한 그림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해당 그림은 '아르누보의 대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가 1917년 그린 '여인의 초상'이다. 말년인 1916∼1918년 사이 완성된 여러 개의 여인 초상화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 도난 사건은 지금도 이탈리아 미술계의 최대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그림은 당시 누군가의 침입 흔적조차 없이 감쪽같이 사라져 갤러리와 수사당국을 당혹케했다. 건물 지붕의 채광창 옆에서 액자를 발견한 경찰은 누군가가 채광창을 통해 낚싯줄로 벽에 걸려있던 그림을 끌어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범인은 물론 도난된 그림도 끝내 찾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갤러리 내부자 소행일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미술계에선 이 그림이 1969년 시칠리아의 한 성당에서 홀연히 사라진 카라바조 그림에 이어 두 번째로 가치 있는 도난 미술품으로 회자했다. 현지 미술계는 이 그림이 시가로 6천만유로(약 793억원)의 값어치를 지닌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