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군위군 부근에서 원인이 블랙아이스로 추정되는 교통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먼저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다치신 분들도 쾌차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7일 전에 제가 올린 글인
('블랙아이스를 조심해야 하는 상황정리'http://www.inven.co.kr/board/webzine/2097/1318918?my=post)을 바탕으로 사고 당시의 환경이 블랙아이스가 생성될 수 있는 기상 환경이었는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저는 그 글에서 블랙아이스가 생성되려면 반드시 '어는 비(freezing rain)'라는 기상현상이 선행되어야 하고 4가지로 나눠서 서술했었죠.
   1. '어는 비' 생성조건은
      1)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공의 온도 : 영상 3~5도이상으로 따뜻할 것
      2) 지표부근(높이 0~ 1500m 가량)은 영하의 온도일 것
    즉 아래는 차갑고 위는 따뜻한 구조일때 내리는 비가 어는비가 되기 쉽습니다.

   2. 일년 단위로 보면 어는비와 블랙아이스는 12월에 집중됩니다. 

   3. 하루 단위로 보면 어는비와 블랙아이스는 출근길에 대부분 발생합니다.(오전5시~오전8,9시)
      한마디로 기상예보에서 비소식과 안개소식이 하루이틀 사이에 겹친다면 도로주행에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4. 교각과 터널 그리고 산악도로 = 블랙아이스 제조구역

이제 사고 당시의 기상 상황이 1번과 4번에 부합하는지를 보겠습니다. - 2,3번째 조건은 날짜만 봐도 알 수 있으니 패스
(사고시각이 12월 14일 새벽4시 40분경 이니까 12월 중에 발생 (O) , 출근길 시각에 발생(O)) 
가장 먼저 강수 여부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일단 비가 내려야 얼음이 얼테니까요.

기상청의 AWS의 탐지결과 그래프입니다. 시간범위는 13일 저녁부터 14일 새벽6시입니다.


만약 눈/비에 관계없이 강수현상이 탐지될 경우 그래프에는 강수가 일어난 시간대에 하늘색이 칠해져서 출력이 됩니다. 그리고 상주시 일대에는 14일 03시부터 05시까지 강수가 발생했군요. 물론 강수타입이 비인지 눈인지 진눈깨비인지는 이 그래프만 봐서는 모를 일이지만요. 어쨋든 무언가 하늘에서 내리긴 내렸습니다. 
하지만 강수량이 표시가 되지 않은 걸로 봐서는 매우 작은 양이 내린 것으로 보이네요. 하지만 도로를 빙판길로 만드는 데에는 소량의 물만 있어도 되므로 강수량은 극소량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고 시각은 새벽 4시 41분입니다.)

이제 당시의 지표기온과 그리고 풍향과 풍속을 확인해봅시다.



여기서 강수 부분 파란 점이 찍힌 부분이 강수가 발생한 시간대 입니다.(파란색 네모에 둘러쌓인 부분)
빨간색 사각형에 둘러쌓인 부분이 기온인데 섭씨 -2도 ~ 섭씨 - 1.5도 사이에 기온대가 분포하고 있네요.
하지만 어는 비의 정의와 비교해보면 사고지점에 내린 비는 기온만으로는 '어는 비' 라고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이어서 기온구조가 '아래는 차갑고 위는 따뜻한 구조' 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이 '아래는 차갑고 위는 따뜻한 기온분포'는 안개가 생성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 '어는 비'와 '안개'는 동반되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 한반도에 안개가 있었는지 확인해보죠.


빨간색은 옅은 안개, 노란색은 중간 정도의 안개를 의미하는데 대구에는 옅은 안개가 생성되었지만 대구 북쪽에는 제법 짙은 안개가 있네요. 이를 통해서 오늘 새벽, 사고현장의 지표부근의 기온은 차가웠지만 상공 700m~1,500m 높이에는 따뜻한 공기가 지나가고 있었다는 건 분명해졌습니다.
즉 '어는 비'가 내리기 위한 조건들 중에서 '영하 3도에 가까운 지표기온'을 제외하고는 대기환경 자체는 모든 조건이 만족하는 환경이었던 거죠.

이제 4번) 교각과 터널 그리고 산악도로를 체크해봅시다.
사고지점 부근에는 

군위터널을 비롯해서...



상당 구간이 교각 위를 통과하는 곳이라는 점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여러번 다시 말씀드리지만 교각과 터널 부근의 온도는 같은 시간 대의 일반도로 온도보다 2도 정도 낮습니다. 이걸 어떻게 아냐면, 실제로 교각에서의 온도를 측정해봤거든요.


위와 같이 실제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즉 사고 시각대의 원래 기온은 영하1도에서 영하 2도 사이라서 '어는 비'가 내릴 확률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사고장소는 교각효과에 의해 주변보다 1~2도 정도 더 떨어진 영하 3도~영하 4도 정도의 온도분포를 보였을 테고, 이로 인해 원래 일반적인 비가 내렸을지라도 사고장소인근에만 '어는 비'가 내림으로써 블랙아이스를 형성했을 겁니다.
그래서 다른 곳은 멀쩡한데 사고장소에만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거죠.


+@1.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블랙아이스에 의한 교통사고는 경상북도 상주를 통과하는 고속도로들, 특히 교각과 터널 구간에 집중됩니다. 얼마나 집중되냐면 기상청 예보관 교안에도 실리는 정도입니다.


@2 블랙아이스 = 빙판길? 아닙니다!
이 글 쓰려고 여러가지 기사를 읽다보니 블랙아이스에 대해 이상한 말을 전달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더군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아닙니다.


어는 비는 순간적으로 얼어붙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투명한 얼음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게 도로 위에서 얼어붙으면 당연히 아스팔트색으로 보이는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