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이탈리아 곳곳을 뒤흔든 반(反)극우주의 풀뿌리 시민운동 '정어리 집회'가 14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에 상륙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약 10만명의 시민이 로마 산 조반니 광장에 운집해 이탈리아에서 득세하는 극우주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극우 성향의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를 겨냥해 분열·증오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외침도 나왔다. 시민들은 각양각색의 정어리를 그려 넣은 플래카드·포스터 등을 들고 집회에 동참했다. 이탈리아에서 '반(反)파시즘'을 상징하는 노래인 '벨라 차오'(Bella Ciao)가 광장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지난 한 달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집회 중 이번 로마 집회 규모가 가장 크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집회 창시자 가운데 하나인 마티아 산토리는 연단에 올라 "목표는 광장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고 우리는 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말했다. 정어리 집회는 정당이나 시민단체의 관여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만 이뤄지는 시민운동으로 현지에선 평가한다. 중부 에밀리아로마냐주(州) 볼로냐 출신 30대 4명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집회를 제안한 게 시초다. 오랜 경기 침체에 대한 불만과 이주·이민자들에 대한 증오 심리를 활용해 대중 속으로 깊이 파고든 극우주의, 특히 '분열과 증오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살비니에 조직적으로 저항하자는 취지다. 지난달 14일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볼로냐를 출발점으로 시칠리아, 밀리노, 토리노 등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을 정어리라고 칭한다. 수백만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며 자신보다 몸집이 큰 어류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미약한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어리는 집회의 상징이 됐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도 이를 '정어리 집회'라고 명명했다. 정어리 집회는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된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밀리아로마냐는 진보적 정치 세력이 전통적으로 우위를 보여온 '좌파의 본고장'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