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멕시코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수도 멕시코시티 예술궁전 앞에는 성 소수자 인권 단체 활동가 등 300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하고, 최근 발생한 농민단체 시위대의 성 소수자 폭행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시위의 발단이 된 것은 예술궁전 미술관에서 걸린 멕시코 화가 파비엔 차이레스의 그림 '혁명'이다. 농민들을 이끌고 독재정권에 맞선 혁명 지도자 사파타의 100주기를 기리는 전시에서 선보인 이 그림에서 사파타는 벌거벗은 채 분홍색 모자와 하이힐 차림으로 등장했다. 사파타의 유족은 화가가 사파타를 게이처럼 묘사해 모독했다며 그림을 당장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농민들을 중심으로 한 사파타 지지자 200여 명도 10일 미술관으로 가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현장에 있던 성 소수자 활동가를 폭행하는 일도 발생했다. 유족 반발이 거세자 정부가 미술관과 유족 사이에서 중재에 나섰다. 양측은 그림을 계속 전시하되 그림 옆에 유족의 비판 내용을 담은 메모를 첨부하고, 이 그림을 전시 홍보에 이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양측의 합의로 논란이 일단락되는가 했으나 이번엔 표현의 자유와 동성애를 옹호하는 이들이 반발했다. 전날 시위대는 "게이라는 사실은 모독이 아니다. 동성애 혐오가 모독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항의했다. 이번 전시 큐레이터인 루이스 바르가스는 "사파타 유족과의 합의는 평화로운 대화를 이어가고 폭력 사태를 피하기 위한 화해지만, 표현의 자유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멕시코 작가 기예르모 오소르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우리 국민영웅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 그리고 누구에게 그런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라며 "그는 성적 반체제자의 상징, 20세기 성 혁명의 상징으로서 동성애 커뮤니티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