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이 브렉시트(Brexit) 당일 런던을 상징하는 대형 시계탑 빅벤을 타종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가 이뤄지는 이달 31일 밤 11시에 맞춰 빅벤을 울리자며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하면서다. 2017년부터 보수 공사에 들어간 빅벤의 중후한 종소리를 들으려면 무려 50만파운드(약 7억6천만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시바닥을 설치하고 작동 여부를 시험하는 데에만 최소 12만파운드가 들고, 공사가 미뤄지면 한주당 10만파운가 추가로 소요된다. 영국 보수당 마크 프랑수아 의원은 존슨 총리의 발언 직후 크라우드펀딩에 착수했고, 하루 만에 7천여명에게서 10만 파운드(약 1억5천만원) 이상을 모았다. 프랑수아 의원은 "영국 국민들이 1분에 80파운드 이상씩 기부한 셈"이라며 "민중의 힘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빅벤 타종 아이디어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기념비적인 날이더라도 일회성 행사에 수억 원의 예산을 낭비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전사자 추도일과 새해 등 다른 기념일에도 침묵을 지켰던 빅벤을 브렉시트 때문에 울려야 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존슨 총리의 제안과 달리 총리실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빅벤 타종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대변인은 "대중에게 받은 기부금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하원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존슨 총리의 초점은 1월 31일을 기념하기 위해 그와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행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